21일 단행된 민주당 당직 개편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가다듬고 있는 여권 새판짜기의 '쇄신 강도'가 비교적 잘 드러나 있다.남궁석 정책위의장, 김영환 대변인, 추미애 지방자치위원장, 김성호 대표비서실장 등이 모두 당내에서는 개혁성과 참신성, 전문성을 나름대로 인정 받고 있는 인물군이다.
여기에다 재선이지만 중소기협 중앙회장과 중소기업 특위위원장을 지낸 박상규 사무총장을 발탁한 것은 당의 살림과 대 자민련 공조복원 문제 등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균형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되는 점은 김 대통령과 최고위원들의 원격 협의 과정에서 정책위의장과 지방자치위원장이 막판에 바뀐 대목. 김 대통령은 정책위의장에 청주 출신의 홍재형 의원을, 지방자치위원장에 강원 출신의 송훈석 의원을 각각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후 5시께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몇몇 최고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김 대표가 즉석에서 김 대통령과 통화, '막판 변경'을 승인받았다.
최고위원들은 "쇄신 강도와 개혁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한다. 김 대통령이 복수 안을 주고 최고위원들이 최종 결정을 하도록 했다는 얘기도 있다. 김 대통령이 실질적 협의를 통해 인사하는 방식을 최초로 시험했다는 의미가 있다.
새 당직자의 출신지가 경기 충청 대구 등으로 지역안배가 됐지만 김옥두 총장 등 '동교동계의 2선 퇴진'과 함께 호남 색이 완전 탈색된 것도 눈에 띈다.
소장파들을 아우르기 위해 초선 중에서도 '반골'로 통하는 김성호 대표 비서실장을 발탁하고 김 대변인, 추 지방자치위원장 등 소장파를 전진 배치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김 대표가 자신의 색채를 강화하려 한 흔적은 별로 없다. 오히려 한화갑 최고위원뿐 아니라 권노갑 전 최고위원 등과 두루 가까운 박상규 총장을 기용했다는 점에서 김 대표와 동교동계의 제휴가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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