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달려온 열차는 끝내 충돌하는가.'은행권 '2차 총파업'에 앞서 우선 6개 은행이 22일 파업 돌입을 선언한 가운데 국민ㆍ주택은행 노조원 1만여명과 평화ㆍ광주ㆍ경남ㆍ제주 등 4개은행 노조원 3,000여명은 21일 밤 각각 전야행사를 갖고 밤샘 농성을 벌였다.
6개 은행 노조는 "정부가 7월 노정합의문 약속을 이행하고 강제 합병을 철회하지 않는 한 총파업일(28일)까지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 긴박한 파업전야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노조는 농성 집결지를 당초 예상했던 명동성당이 아닌 경기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으로 잡았다.
서울 시내에 집결할 경우 장소도 협소할 뿐 아니라 추운 날씨 탓에 장기간 버티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두 은행 노조원들은 오후 5시께 사내 게시판, 휴대전화, 전화 사서함 등으로 집결장소를 전달받고 오후 8시께부터 연수원에 속속 집결, 밤샘 농성을 벌이며 파업 결의를 다졌다.
국민은행은 정상적인 전산 운용을 위해 국민카드와 KDS 등 자회사에 일부 인원 충원을 요청하는 한편 퇴직 사원과 파트타임 사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주택은행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용역업체에 의뢰해 전직 은행원 출신을 확보했고, 평화은행도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전 임원들에게 '파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노조원들을 적극 설득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 밤샘 진통 겪은 노사정위원회
진 념(陳 稔) 재경부장관과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 이남순(李南淳) 노총위원장 등은 이날 장영철(張永喆) 노사정위원장 중재로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 사무실에서 은행의 파업을 막기 위해 밤샘 협상을 벌였다.
이날 노ㆍ정(勞政) 협상에서 공적자금 투입 은행에 대해 금융지주회사 편입 후 독자생존의 기회를 주는 '자생(自生) 시한'과 주택ㆍ국민은행 자율합병 보장 문제가 막판 쟁점으로 부상, 난항을 겪었다.
정부는 지주회사에 편입되는 부실은행에 대해 편입 후 약 1년간 경영정상화를 통한 독자생존의 기회를 주는 타협안을 노조측에 제시, 진통 끝에 의견의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러나 주택 국민은행 합병의 경우 정부가 합병의 주체가 아닌 만큼 어떤 약속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주택 국민은행 측은 이에 대해 합병이 백지화되지 않을 경우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 고객 대처 요령
일부 은행 노조원들은 아예 점포문을 폐쇄하자는 강경한 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노조원 비율이 높아 전 노조원이 파업에 참여할 경우 일부 지점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파업이 시작될 경우 해당 은행 고객들은 비상상황 대비책을 세워두는 것이 필요하다.
노조측은 전산망까지 정지시킬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정부나 은행측이 핵심 시설인 전산망은 경찰력을 동원해서라도 지키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단 전산망은 정상가동될 전망이다.
전산망이 정상 작동되면 지급결제나 자동입출금기를 통한 금융거래ㆍ송금ㆍ잔고 확인 등은 가능하다.
파업 은행의 고객들은 신규 대출은 어려울 전망이므로 아예 다른 은행을 찾는 것이 낫다. 또 월말에 몰려 있는 세금이나 공과금 납부, 환전, 송금 등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을 이용해야 한다.
22일 오전부터 은행 파업이 시작되면 해당 은행의 고객들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꼭 필요한 돈은 미리 찾아두는 게 안전하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김정곤기자
kimjk@hk.co.kr
정상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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