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오전 11시나 자정에 TV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가요 프로그램 방송시간에 대해 시청자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가뜩이나 중년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적은데, MBC '가요 콘서트'를 보려 해도 방송시간 때문에 큰 맘 먹고 녹화를 해야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태진아 설운도 등 트로트 가수들을 비롯하여 낯익은 중견 가수들이 주로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의 당초 방송시간은 금요일 밤 12시 20분이었다.
올 4월부터 오전 11시 5분으로 옮겨졌고, 이 시간대에는 '김국진의 여보세요'와'사이버월드 웹투나잇'이 방송되고 있다. 편성 관계자는 "심야보다는 오전시간대가 중년에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심야 시간대에 이 프로그램 대신 젊은층 대상의 프로그램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전 11시 이후는 시청률 조사기관에서도 '오전'이 아닌 '낮시간대'로 분류하는 사각지대이다. 평균 시청률도 1~3%에 지나지 않는다. 역시 중년을 위한 가요프로그램인 KBS2 '콘서트 초대'도 밤낮만 바뀐 채 사각지대에서 고초를 겪고 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자정 이후에 방송된다. 이들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5%내외이다. 반면 월요일 하오 10시에 방송되는 KBS '가요무대'의 경우 평균 시청률이 10%이상이다. 중년층의 가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욕구가 왕성하다는 증거이다.
젊은층 대상의 라이브 가요프로그램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KBS2 '이소라의 프로포즈'는 토요일 밤 12시 20분에 방송된다. 그나마 이는 형식상의 편성일 뿐 앞 시간대의 '토요 명화'가 길어질 경우 심하게는 오전 1시 30분 이후에 방송이 시작되기도 한다.
라이브 가수들은 물론 뉴에이지음악가, 팝가수들도 출연하는 MBC '수요예술무대'는 '마감뉴스'와 '스포츠 하이라이트'가 모두 끝난 밤 12시 30분 이후에 방송된다.
게다가 평일에 방송되기 때문에 젊은 마니아들조차 밤늦도록 시청하기가 부담스럽다.
이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대개 라이브 공연이 가능한 실력파 가수들이다. 이렇게 가수들이 '노래하는'프로그램은 홀대받는 반면 가수가 출연하되 노래 안 하는 프로그램은 황금시간대를 장악하고 있다.
오후 7~10시의 가족 시청시간대나 주말 저녁의 버라이어티 오락프로그램에는 가수들이 노래 대신 왁자지껄한 수다와 각종 '개인기'로 때운다. 한 관계자는 "결국 가수다운 가수들이 춤만 추고, 수다떠는 가수들에게 밀려난 셈"이라고 우려한다.
"그나마 이런 프로그램들을 없애지 않고 놔둔 것만 해도 다행이지요."한 제작진은 이렇게 푸념하기도 한다.
중년을 위한 가요프로그램이나 라이브 음악프로그램은 시청률보다는 음악시장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시청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공익적'의미가 더 강하다.
하지만 이를 홀대하는 방송사의 편성방침은 결국 시청자의 선택권을 빼앗고 가수가 아닌 엔터테이너만 득세하는 가요시장을 조성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