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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사랑이나 선행도 DNA의 명령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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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사랑이나 선행도 DNA의 명령일뿐"

입력
2000.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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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본성에 대하여에드워드 윌슨(71)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사회생물학은 인간 행동의 유전적인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사랑이나 자기희생, 종교 등 인간 고유의 특성조차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논리체계이다.

1978년에 출간된 '인간 본성에 대하여'(사이언스 북스 발행)는 윌슨의 사회생물학을 완성시킨 역작으로 그 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책을 관통하는 논지는 "닭은 달걀이 더 많은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 잠시 만들어낸 매개체에 불과하다"는 말로 요약된다. DNA야말로 진정한 생명의 주체라는, 달리 생각하면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섬뜩한 주장이다.

사회생물학이 계급주의, 인종 차별, 남녀 불평등 등 온갖 정치적 부조리를 합리화한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저자는 평생 개미를 연구한 곤충학자답게 냉정한 시선으로, 생물학과 인문학의 접목 또는 화해를 시도한다.

"신경생물학을 힌두교 지도자로부터 배울 수는 없으며 유전자의 결론들을 입법부를 통해 결정할 수도 없다. 이제 남은 유일한 길은 인간 본성을 자연과학의 한 부분으로서 연구하는 것이다."

윌슨의 논의는 다소 충격적이다. 인류사의 보편적 양상인 일부다처제를, 공격적이고 변덕스럽고 무차별적인 수컷일수록 배우자 선택에 유리하다는 입장에서 정당화한다. 인간은 이러한 생물학적인 원리에 충실히 복종하는 '닭'일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만이 갖고 있을 법한 이타주의도 유전자의 생존과 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한다. 울새나 개똥지빠귀도 매가 접근하면 다른 새에게 경고를 보내고, 개미나 말벌 등은 집을 방어하기 위해 침입자에게 미친 듯이 돌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심지어 '살아있는 성인'으로 불렸던 마더 테레사의 선행도 '교회의 불멸성과 그리스도의 임무 완수를 위한 집단 이타주의'에서 출발했다고 꼬집는다.

저자의 이런 주장을, "생명체가 하는 모든 일이 유전자의 존재 이유에 어긋날 수 없다는 것을 말할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인간 본성을 지나치게 다윈적 시각에서 해석했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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