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새해 예산안 처리가 여야의 극한대결로 당초 합의됐던 마감시한을 넘기고도 가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예결위계수조정소위는 21일 격론만 벌이다 여야 예결위 간사끼리 욕설을 주고 받으며 멱살잡이까지 하는 소동을 피웠다.■멱살잡이
전날 구성된 6인소위에서도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여야는 이날 낮 12시께 다시 계수조정소위 회의를 속개했으나 서로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는 신경전만 펼치다 결국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민주당 간사인 정세균(丁世均) 의원이 "구체적인 삭감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자 한나라당 간사인 이한구(李漢久) 의원이 "여당측이 악용할 것을 우려해서 안 내놓은 것"이라고 받으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자민련 정우택(鄭宇澤) 의원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몰아붙이자 이 의원이 "이렇게 수준 낮은 여당과 심의하기 힘들다"고 받아쳤다.
이에 여당측에서 "대우를 말아먹더니 이제 나라살림까지 말아먹으려고 하느냐" "초선 주제에." "연구소에나 있어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발끈한 이한구 의원이 정우택 의원을 겨냥해 "정치 색깔이나 똑바로 하라"고 쏘아붙이자 흥분한 정 의원이 갑자기 이 의원의 멱살을 잡으면서 회의장은 수라장이 됐다. 민주당이 회의 속개의 전제조건으로 이한구 의원의 간사교체를 요구하는 등 여야는 오후내내 신경전만 벌였다.
■협상 전망
여야는 전날 밤 구성된 6인소위에서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4조7,500억원 삭감안(순삭감 3조원)을 절충안으로 제시했으나 민주당도 처음으로 2,500억원 삭감안을 내는 등 서로의 속내를 드러냈으나 실랑이만 벌이다 끝난 것.
마감시한에 쫓긴 장재식(張在植) 예결위원장과 이강두(李康斗) 한나라당 예결특위위원장이 별도 회동을 갖고 절충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겼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각 당 지도부의 결심을 거쳐 1조원 안팎의 삭감안으로 절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나라당이 남북협력기금, 국가정보원 예산, 새만금사업과 전주신공항 건설 등 정치색 짙은 사업에 반드시 손봐야 한다고 벼르고 있어 여전히 진통이 예상된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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