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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고 읽혀야 유익한 세상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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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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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으면 어휘력이나 이해력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의 독서체험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판단력이나 상상력, 감수성도 길러주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방학에는 언제나 독서 숙제가 많지만 부모들은 어떤 책을 읽혀야 할지 항시 고민이다.

최근 '약이 되는 동화, 독이 되는 동화'(도서출판 이프)를 펴낸 독서지도사 심혜련씨의 조언을 들어보자.

"교훈적인 책을 고집하기 보다 재미있는 책을 권해주는 것이 독서습관을 들이는 첫 걸음이다.

예를 들어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모험담과 고난을 이겨내는 이야기, 영상물을 보는 듯한 빠른 전개로 매우 재미있는데 이런 책을 한번 접한 아이들은 책을 가깝게 여기게 된다."

그러나 재미있는 동화가 모두 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전동화 가운데는 남녀관계나 여성의 역할에 편견이 있는 경우가 많아 부모가 신경을 써야 한다.

심씨는 "부모가 동화를 함께 읽고 얘기를 나누면서 내용을 비판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인다. 부모와 자녀가 감상을 나누는 독서편지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

자녀가 책에서 얻은 인상이나 궁금한 점을 글로 남기면 부모가 답하는 형식의 노트를 만들어 가면 독서교육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

초등학생 대상의 동화 가운데 재미있으면서 편견을 없애주는 책을 소개한다.

장애인작가 고정욱씨가 쓴 '안내견 탄실이'(대교출판)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다룬 작품이다. 갑자기 시각장애를 겪게 되는 예나의 절망과 적응과정을 재미있게 그렸다.

신분차별을 이야기한 동화도 있다. 국문학자 송기숙씨가 지은 '이야기 동학농민전쟁'(창비아동문고)은 역사를 아이들 시선에 맞추어 쓴 책이다.

재중동포 작가 리혜선씨가 쓴 '폭죽소리'(길벗어린이)는 재중동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재중동포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중국에 건너가게 됐는지를 소개해 이들이 원래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은하철도 999'의 작가 미야자와 겐지가 쓴 '주문이 많은 음식점'(우리교육)은 인간의 폭력성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반전작가로 유명했던 그의 철학이 담겨있는 이 작품은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에게 읽히거나 부모가 직접 읽어볼 만한 수준있는 책이다.

여자아이들에게 독립심을 심어 줄 수 있는 좋은 동화로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ㆍ사계절)과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이상권ㆍ창비사)가 있다.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는 야생오리가 집오리가 되는 과정을 통해 여성이 가정에 갇히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번역작품인 '새 친구 요켈과 율라와 개 예리코'(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ㆍ비룡소)는 남녀관계의 고정된 틀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집에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찾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의미를 가르치는 데는 자연과의 친화감을 느끼게 하는 생태동화만큼 좋은 것이 없다.

'어진이의 농장일기'(신혜원ㆍ창비사)는 컴퓨터왕인 어진이가 주말농장을 일구면서 농부의 마음을 배운다는 내용. 사탕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를 얻기 위해 사탕을 심는 어린이다운 상상력이 담겼다.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이상권ㆍ창작과 비평사), 김용택 시인이 쓴 '콩, 너는 죽었다'(실천문학사)나 그가 가르치는 섬진강분교 아이들의 글을 모은 '거미줄로 돌돌돌'(열림원) 등도 이번 겨울에 읽힐 만한 좋은 책들이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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