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여야의 힘겨루기로 제자리 걸음만 거듭, 당초 여야가 합의했던 20일 처리가 무산된 데 이어 21일 처리도 난망해졌다.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20일 나흘째 회의를 열었지만, 정작 예산안 심의의 핵심인 계수조정 논의는 단 한시간도 하지 못했다. 심의방법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 이틀을 허송했던 여야는 사흘째부터 증액안(민주당)과 삭감안(한나라당)만 내놓은 채 힘겨루기만 계속했다.
결국 20일 처리가 물건너가자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책임전가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소속인 장재식 예결위원장은 "역대 예산삭감 규모를 보면 1% 안팎이었는데, 이번에 10% 가까운 9조원 안팎을 깎겠다는 것은 예산심의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는 "여당이 예산안심의 사령탑인 정책위의장을 공석으로 두는 등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예산안 처리 지연의 책임은 전적으로 여당 몫"이라고 주장했다.
예결위 한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처음"이라며 "계수조정소위의 전면 공개 이후 오히려 실질적인 논의는 하지 못하고, 정치공방만 벌이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은 예산규모. 한나라당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둔화 등을 감안해 7조5,000~8조원의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이 재정건전화를 염두에 둔 긴축예산안인 만큼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되, 예산안 국회제출(10월2일)이후 발생한 농어가부채경감 및 저소득층 지원 등 추가 예산 수요를 반영해 1조원 안팎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삭감리스트는 청와대(50%), 총리실(30%) 등의 경직성 경상비 1조원과 용도가 불투명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2,000억원, 일반회계의 예비비 1조7,000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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