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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책 범죄는 면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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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책 범죄는 면죄인가

입력
200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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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한 완전 감자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8조원의 국민부담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정책 당국의 '말 바꾸기'라는 정책 범죄행위가 너무도 태연스럽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감자는 없다'라는 정책 책임자의 공개선언이 너무도 쉽게 바뀌었고, 9월말 현재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BIS)비율이 4%라고 공시했던 한빛은행은 두 달만에 0%로 낮아졌음을 인정함으로써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러한 정책당국의 말 바꾸기는 IMF 관리 경제의 초기로부터 일관되게 되풀이되고 있다. 97년 12월 10일 당시 재경원은 5개의 종금사를 영업정지 시켰다.

이것은 12월 2일 9개 종금사 영업정지에 추가적으로 이루어진 조치였다. 문제는 12월 2일 정책 당국자가 '더 이상 영업정지를 당하는 종금사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지 일주일만에 5개사가 추가되었다는 사실에 있었다. 일주일만에 말을 바꾼 것이었다.

98년 2월 금감위는 은행들이 대기업들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5년 시한으로 맺도록 했다.

그런데 약정 체결 뒤 한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5년 시한을 2년 시한으로 단축할 것을 요구했다.

금년 6월까지도 그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던 공적자금의 추가조성이 9월에는 40조원 조성 불가피론으로 바뀌었고 앞으로 3차 공적자금 조성의 가능성도 암시되고 있다.

97년 10월에 시작된 협조융자로부터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워크아웃으로 인하여 부실채권의 부담을 크게 안고 있는 은행들에게 정책당국은 지난 추석을 전후해서는 BIS 비율을 올리면서 기업금융도 증대해달라고 해괴한 주문을 내놓기도 했다.

12월을 시한으로 2차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BIS비율을 거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았던 금융정책 당국이 BIS 비율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기업금융을 강요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금융지주회사법안을 국회에 상정하고, 은행경영 개선안 평가 작업을 거치면서 금융정책 당국이 암시했던 다양한 2차금융 구조조정의 시나리오는 수시로 그 내용이 달라져 은행원들을 각종 괴담에 시달리게 했고, 이것은 신용경색의 근본원인이 되어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장관 위원장 수석, 심지어 국장 과장까지 백가쟁명 식의 의견들이 암묵적인 방법으로 개진되었고, 현 시점에서도 어떤 시나리오가 정답인지 불분명하다.

또 언제 무슨 논리로 새로운 시나리오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경제정책은 시장경제의 신호등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신호등의 불빛에 따라서 움직인다. 때문에 신호등에 대한 신뢰는 시장경제의 질서와 그 질서에 따른 원활한 경제활동의 흐름에 필수조건이다.

신호등을 믿지 못해 빨간불일 때 움직이고, 파란불일 때 정지하는 경제 주체들이 극히 일부라도 있게 된다면 경제활동은 교차로에서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고의적이건 우연이건 남의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힌 사람은 피해 보상을 하거나 감옥에 가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다.

경제정책의 잦은 '말 바꾸기'는 경제정책이라는 경제 신호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려 교차로에서의 경제적 혼란을 초래한다. 이러한 혼란으로 국민들이 부담하게 되는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공적자금만 하더라도 1, 2차에 걸쳐 100조원이 조성됐는데, 그 중 회수가능 금액은 얼마나 될 것인가. 이런 식의 말 바꾸기는 결과적으로 정책실패의 연속으로 평가되는데, 이것이 국민에게 100조원의 부담을 준 셈이고, 이것은 엄청난 경제 범죄인 것이다.

1,000만원을 부도내도 감옥에 간다. 그렇다면 100조원의 부담을 국민에게 안긴 정책당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들에게 감옥에 가랄 수는 없을지 몰라도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광두ㆍ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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