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절판된 엘라 피츠제럴드의 음반이 한국의 한 재즈 매니아에 의해 CD로 거듭났다. 친지들에게 줄 연말 선물을 만들기 위해 일과 후, 밤을 새다시피 해 가며 컴퓨터 앞에 매달렸던 한 의사 덕택이다. 엘라는 빌리 할러데이, 사라 본 등과 함께 재즈의 3대 디바로 추앙받는 가수다.이번은 그러나 재즈가 아니라, 성가다. 엘라가 복음 성가를 불렀다는 사실은 웬만한 재즈 팬들에게도 뜻밖이다. 이 음반은 그래서 재즈의 뿌리를 똑똑히 확인할 기회이기도 하다.
"공연때면 빠지지 않고 와 주는 할아버지 등 열성팬에게, 이번 연말에는 특별한 선물로 보답하고 싶다는 KJC(한국 재즈 협회)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죠.
" 12월 초 이틀 밤을 컴퓨터와 씨름한 KJC 회원 김용상(44ㆍ계피부과 의원 과장)씨가 이틀 동안의 철야 작업을 돌이켰다.
이번에 되살아난 곡은 LP에 수록된 14곡 모두(1967년판). 엘라가 전성기였던 49세 때,랠프 카마이클 합창단의 반주로 녹음했던 노래다. 특히 지난 시절 국내 시위 현장에서 빠지는 법이 없었던 곡, '우리 승리하리라'가 'I Shall Not Be Moved'라는 제목으로 수록돼 감회를 더 해 준다.
KAL의 스튜어드이자 재즈 음반 수집광인 유경효씨의 희귀본을 이번에 KJC가 건네 받아 10장의 CD로 구워낸 것. 펜티엄 450 컴퓨터, 4배속 CD, 사운드 카드(골드 웨이브) 등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하드 웨어로 충분했다.
"MP3가 아니므로, 고출력 오디오로도 즐길 수 있죠. 옛 LP 특유의 찌직거리는 소리까지도요." 제작비라면 공 CD 10장 값 6,500원.
"이 음반이 알음알음으로 알려져, 음원 보유자인 EMI가 라이센스로 만든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죠." 그럴 경우, 미국에서도 사장되다시피 한 음반이 한국서 되살아 날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다며 덧붙인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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