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 억제에 치중해온 통화정책 기조를 2년 만에 경기 후퇴 저지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FRB의 정책 전환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5%이상의 성장률로 장기호황을 누려온 미국 경제가 최근 하강세로 돌아섬에 따라 급격히 경기가 위축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FRB는 19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금리문제를 논의하고 발표한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주요 위협이 아니며, 경기둔화가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이라고 밝혀 통화정책의 방향을 사실상 전환했다.
이는 FRB가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두 가지 모두를 위협 요소로 지적하는 중립적인 기조를 취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FRB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약간 남아있긴 하지만 경제활동의 둔화에 의해 상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록 이날 기준금리를 6%의 현 수준에서 유지했지만 내년 1월 30,31일 열리는 FOMC 회의부터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해지고 있다.
신경제의 활황으로 인플레이션을 우려,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18개월 동안 6차례에 걸쳐 금리를 1.75% 포인트 인상해 온 그간의 정책기조가 끝나게 됐다는 것이다. FRB가 금리를 인하한 것은 1998년 하반기에 아시아 외환위기로 야기된 세계 경제 침체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취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미국 경제는 지난 여름부터 급작스레 하강기로 접어들었다. 올 2ㆍ4분기 5.6%이던 경제성장률이 3ㆍ4분기에는 2.4%로 뚝 떨어진 것이다. 이는 최근 4년 사이 최저 수준이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도 최근 "경기가 '뚜렷하게' 하강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FRB의 정책전환을 예고했다.
이날 FRB는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수요와 기업 이익 감소, 소비자 신뢰도의 하락,판매ㆍ소득의 실질적인 감소, 금융시장 일각의 침체 등을 경기 둔화의 위협요소로 들었다. 또 호황기에 투자를 위해 과다 차입한 기업들 중 최근 경기 둔화로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생기는 등 일부 신용경색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0일 이 같은 신용경색이 장기 호황을 낳은 미국 기업들의 투자 붐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FRB의 결정을 놓고 일부에서는 고유가, 아직 활황인 노동시장, 기록적인 무역적자로 인한 달러화의 취약성 등 일부 인플레이션 위협이 남아있어 향후 수개월 동안은 FRB가 금리인하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부에서는 금 시세의 약세, 장기 이자율의 하락 등을 근거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는데도 FRB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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