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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무슨 힘으로 회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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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무슨 힘으로 회생하나"

입력
200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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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합병 회오리에 자금대출 실종금융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린 은행들이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 기업 대출을 극도로 꺼리는 바람에 은행권과 정부가 '회생가능 기업'으로 분류한 기업들조차 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0일 금융계와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11ㆍ3 기업퇴출 조치를 단행하면서 회생가능 기업(235개)은 주채권은행 책임 아래 지원해나가겠다고 발표했으나 '은행 합병이 이뤄질 경우 부실대출 책임자가 감원 1순위'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은행의 심사 담당 간부, 일선 지점장, 행원들이 추후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는 대출 자체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금시장에서 신용등급간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고금리에도 신규 자금을 받기가 어려운 상태다.

▲ '과천 가서 알아보라'

회생가능기업에 포함된 N산업의 경우 자금담당 임원과 간부들이 만기 대출자금을 막느라 연일 피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연매출 900억원 규모인 이 회사는 최근 돌아온 산업은행 시설자금 분납액(10억원) 만기일을 늦춰줄 것을 은행 측에 사정했으나 '불가'통보를 받았다.

주거래은행도 수 차례 찾아 시설자금 상환용 대출을 요청했지만 '담보없이는 절대 안된다'는 말만 들었다. 결국 어음 할인 자금에다 사채시장에서 고리의 돈을 빌려 가까스로 시설자금 분납 만기액을 막았다.

이 회사의 자금담당 간부는 "신문 지상에는 연일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은행 창구에서는 '과천에 가서 물어보라'는 말만 들었다"라며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초기만 해도 이자만 높게 주면 자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아무리 이자를 높게 준다 해도 돈 자체를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 단 1원도 지원 못받아

P산업이 연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2금융권 단기자금은 230억원, 내년 상반기까지 필요한 단기운영자금이 200억원이다.

이 회사 자금담당 임원 K씨는 "2금융권에 만기 연장을 요구하면 '주채권은행과 이야기하라'고 하고 주채권은행에 가면 '2금융권에 가서 잘 사정해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회의를 열어 실질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아직까지도 대답이 없다"며 "회생가능기업 명단에 포함된 이후 오히려 2금융권 등의 자금회수 압력만 거세졌다"고 항변했다.

I모직도 회생가능기업에 포함된 이후 은행 여신 만기연장은 안되고 엉뚱하게 호주에서 원료 수입만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S양회는 제품 특성상 주로 어음 거래를 해왔으나 신용금고 사태 이후 어음 할인의 길이 막혀 버린 상태다. 이 회사는 은행에 매달려 할인을 추진하고 있으나 담당자들은 '열번 쫓아가 1건 해결하기도 힘든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8일 회생가능 기업들에 대해 대출담보채권(CLO)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CLO발행을 적극 추진하는 은행은 한빛ㆍ조흥ㆍ외환은행등 일부 은행에 불과한 상태다.

S사의 자금담당 임원은 "11ㆍ3조치 이후 은행으로부터 단 1원도 지원받지 못했고, CLO도 은행측의 무성의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 혹한기를 넘길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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