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30ㆍ한국전력)-김남순(30ㆍ담배인삼공사)부부는 배구계의 노장파워를 이끌고 있다.그동안 현역 최고령이었던 플레잉코치 최천식(35ㆍ대한항공)이 은퇴하면서 함용철(30ㆍLG화재)과 함께 현역 최고령 자리를 물려받은 김철수는 사실상 '평균연령 30세팀 한전'의 주공격수이고 98년 은퇴했다가 올해 복귀한 왕년의 스타 김남순은 말할 필요 없는 여자부 최고령자다.
이들이 요즘 뜨고 있다. 배구계로서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문병택(LG화재) 박종찬(현대자동차)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 제대로 된 은퇴식도 없이 물러나야 하는 현실속에서 이 부부는 뛰기 싫어도 뛰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드래프트에서 단 한명도 보강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어서 노련한 주장 김철수가 몸이라도 아프면 당장 큰일 날 입장이다.
또 센터난에 시달려온 담배인삼공사에서 선수로서는 파격적인 4급(트레이너)발령을 내면서까지 데려온 김남순은 복귀전 격인 부산전국체전에서 팀을 우승시켜 김형실 감독을 놀라게 했다.
특히 김철수는 별 부상없이 항상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고 김남순은 전성기 때의 기량을 거의 되찾아 후배들의 부러움까지 사고 있다.
그러나 부부의 마음이 편할리 만은 없다. 친하게 지내는 남성고 후배 문병택과 성균관대 동창 박종찬의 은퇴소식을 접한 김철수는 한동안 착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었다.
특히 2∼3년 더 뛸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타의에 의해 코트를 떠난 문병택을 돕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김남순 역시 돌이 갓 지난 딸의 얼굴이 수시로 떠올라 합숙생할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둘은 존경받는 노장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김남순은 트레이너로서 수시로 후배들을 체육관으로 데리고 나가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며 맏언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고 김철수 역시 자신을 능가하는 후배가 들어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침체된 팀을 이끌고 있다.
"이번 슈퍼리그서 좋은 성적을 내 부끄럽지 않은 노장으로 남아야죠." 김철수-김남순 부부의 부창부수다.
이범구기자
lbk1216@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