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일(李殷一ㆍ64ㆍ경기 안산시 본오2동)씨의 하루는 새벽 6시에 시작된다. 약수터에서 물을 길러 낡은 자전거에 싣고 동네에 사는 노인들 집에 약수물을 한통씩 배달한다. 약수 배달이 끝나면 다음은 청소시간. 약수터는 물론이고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쓸고 줍는다.그냥 청소만 하는 것도 아니다. 동네를 돌며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이 있으면 따로 모은다. "그냥 운동삼아 하는 거지 뭐, 암 것도 아니여"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이씨의 집을 가보면 '그냥 운동삼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다.
집의 옥상과 옥탑방이 낡은 가구에 가전제품, 옷가지 등등 온통 어디서 주워 모은 것들이다.
"동네 청소를 하다보니까 너무 아까운 것들이 버려져 있어 하나 둘 주워 오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며 웃는다. 이씨는 이렇게 모은 재활용품을 매년 봄ㆍ가을로 본오동 부녀회에서 하는 알뜰바자에 내놓아 여기서 얻은 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사용한다.
얼마 전에는 시흥시에서 불우이웃돕기 바자를 연다고 요청을 해와 세 트럭을 실어가게 했다. 또 이렇게 모은 폐품을 이용해 약수터 옆 공터에 노인들을 위한 쉼터도 마련했다. "누군가를 돕고싶기는 한데 내가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이렇게 해서라도 도울 수 있으면 좋지 뭐."
이씨의 청소습관은 오래됐다. 5년 전 은행에서 명예퇴직하기 전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25년을 살았는데, 매주 관악산 청소를 했다. 그의 다리에는 청소를 하다 굴러 떨어져 다친 상처가 여러 군데 훈장처럼 남아있다.
"쓰레기 버리려면 안보이는 곳에 버리거나 파묻지 말고 청소하기 좋게 보이는 곳에 그냥 버렸으면 좋겠어."
그의 청소습관이 얼마나 지독한 지 지난 봄 마을 사람들과 경주에 여행갔을 때는 그 곳에서도 꼭두새벽에 일어나 그 곳 일대를 깨끗이 청소를 했다고 한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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