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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약社 아동임상실험 / '인간 모르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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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약社 아동임상실험 / '인간 모르모트'

입력
2000.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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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약 회사들이 신약 판매 승인을 앞당기기 위해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 러시아 등에서 어린이와 환자들을 임상실험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들의 기업 윤리를 의심케 하고 있다.이 같은 사실은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미국의 거대 제약 회사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임상 실험 실태를 보도함으로써 드러났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국(FDA)의 느슨한 감시와 현지 당국의 허술한 규제를 틈타 제약 회사들이 신약에 대한 실험을 해외에서 확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험 대상이 되는 환자와 어린이들이 부작용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 중 하나인 화이자사는 1996년 새 경구용 항생제 트로반을 개발한 뒤 나이지리아 카노시의 한 병원에서 뇌막염 어린이 환자들에게 신약을 투여했다. 이 실험에 참가한 유아 및 어린이 환자 200명중 11명이 치료중 사망했고 나머지 실험대상자들도 시각 및 청각 이상 등 심각한 장애를 겪었다는 것이다.

물론 뇌막염 자체가 치명적인 전염병이기 때문에 이 신약 실험으로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시 화이자사 내부에서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투약에 대해 심한 반발이 있었고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 조차 실험 대상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사는 항생제를 투여한 모든 환자들의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테스트 센터를 철수시켰다.

1996년 말까지 27개국 1만 3,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거친 트로반은 FDA에 의해 14세 이상의 성인들에게만 투여하도록 승인받아 시판됐지만 이후 간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나 처방이 엄격이 제한되고 유럽에서는 시판이 금지됐다.

사례는 이 회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신문은 1980년 FDA가 해외 임상 시험을 허용한 이래 지난해까지 미국 신약의 27%가 해외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약 개발을 하루라도 앞당기면 수십만 달러의 수익을 보장되는 제약 회사로서는 환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실험 비용이 훨씬 저렴한 개발도상국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제약회사들은 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에 치료제를 공급한다는 명목하에 거액의 실험비를 지급한 현지 의사들을 통해 환자들에게 신약을 투여한다.

그러나 FDA의 해외 임상 실험에 대한 규제는 미미하다. 실제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인원은 11명으로 극소수이며 조사 역시 실험을 하고 수년 후에나 이루어지고 있어 미국내에서 보다 훨씬 허술하게 진행되는 해외 신약 실험을 실제적으로 통제할 장치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정기자

y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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