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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법보다 앞선 인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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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법보다 앞선 인륜

입력
2000.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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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노릇도 변변히 못한채 결국 이렇게 한 줌 재로 너를 보내는구나. 마지막 길은 꼭 함께 해주고 싶었는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19일 오전 일시석방 조치로 동생 장례식에 참석한 장모(25ㆍ여ㆍH대4)씨. 3년간 수배 중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는 동생의 싸늘한 시신 앞에서 한없이 눈물을 떨궜다.

한총련에서 활동,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가입 혐의로 수배된 장씨가 체포된 것은 16일 밤 11시50분께. 2년 전부터 후두암을 앓아온 남동생(23)이 곧 숨을 거둘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달려간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였다. 유일한 형제인 동생은 암의 고통 속에서도 쫓겨다니는 누나를 더 걱정했었다.

장씨는 잠깐 동생의 얼굴을 보고는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 연행됐다. 서울 구로경찰서 유치장에서 17일 오전 8시35분께 동생이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은 장씨는 "동생과의 마지막 이별을 이렇게 막을 수 있느냐"며 통곡했다. 장씨는 26일 자진출두키로 약속을 하고 장례식 참가를 허락받았다.

서울지검 서부지청 지휘검사는 "구속영장 발부를 앞둔 수배자를 부모가 아닌 동생의 장례식 때문에 풀어준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당사자의 인간적인 처지와, 주변에서도 많은 요청을 해온 점들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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