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이쯔(張柏芝)는 눈물로 왔다. 어느날 불쑥 동화 속의 소녀처럼 맑고 예쁜 얼굴로 죽은 남자가 그리워, 영혼으로 다시 찾아온 그 남자를 보내기 싫어 울었다.'성원(星願)' 에서 간호사 초란의 울음은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그 감수성으로 그는 우리에게 다시 보고 싶은 홍콩 여배우가 됐다.
그가 18일 처음 한국을 찾았다. CF모델로 출발해 2년 만에 신데렐라가 된 스무 살의 소녀는 하루 만에 한국말 한마디를 배워 서투르게 "안녕하세요" 라고 했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인사말" 이라고 했다. 30일 개봉하는 자신의 영화 '십이야' 홍보를 위해 잠시 들른 것이 아니어서 그 말이 정답다. 21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영화 '파이란' (제작 튜브픽쳐스)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파이란(白蘭)은 영화에서 그의 이름이다. 그 중국여인은 가난하고 외로운 삶이 싫어 얼굴도 모르는 3류 건달 이강재(최민식)와 위장결혼을 해 이국 땅에서 빨래를 하며 살다 외롭게 죽어가는 하얀 난초 같은 중국 여인.
그가 남겨놓고 간 한 통의 편지가 돈 몇 푼에 아무 생각 없이 위장결혼을 해준 강재를, 그리고 관객들을 울릴 것이다.
"고맙습니다. 강재씨 덕분에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 사람들 모두 친절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친절한 건 당신입니다. 왜냐하면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요"
'성원' 에서 그가 눈물을 삼키며 "나는 알았다. 별똥별이 하늘이 뿌리는 눈물임을" 이라고 했던 마지막 독백처럼 그는 순백의 마음을 전한다.
송해성감독도 각색을 하면서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장바이쯔를 생각했다. 그의 멜로적 감성 때문이었다. 염려했던 작품 분석력이나 열의도 나이에 비해 깊고 높았다고 했다. "파이란은 가련해 보이지만 발랄하고 희망을 잃지 않은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내 성격과도 닮았다"
당찬 분석이다. 한국영화 출연도 그런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를 사랑하고 누구보다 열성이 있고, 그 작업이 고귀하다고 생각하기에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도전을 신선하게 받아 들인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성원' 이 동화라면 '파이란' 은 현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한 사람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연기공부를 한 적이 없는 그에게 영화야말로 연기학교이다. 고생스럽지만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러워진다고 했다. 멜로적 감성도 '느낀 대로의 표현' 이라고 했다.
그 느낌을 고스란히 받도록 관객들도 진심으로 영화를 보길 바란다. 그러면 '파이란' 에서도 뭔가 얻을 것이라고 했다. "바로 인생이란 이런 거구나.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아름다움이 있구나"
그의 출연은 홍콩 골든 하베스트사가 시나리오를 보고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이다. '파이란' 은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아사다 지로(淺田次口)의 '러브레터'의 소설을 각색했다.
일본 원작에, 홍콩 배우에, 한국 감독과 제작사. 그야말로 아시아 영화 3국의 합작품이다. 그런 만큼 아시아와 세계시장을 겨냥한다. 벌써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중국어권 5개국에 사전판매했다.
순제작비 17억 5,000만원. 이미 10일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내년 4월 아시아 전역에서 동시 개봉한다.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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