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경영전략 전면수정올 상반기까지 공격적 경영을 해왔던 4대그룹이 내년 경영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내년 경기전망이 '매우 흐림'인데다 산업의 물결이 물량 중심의 양적 승부보다는 첨단업종, 디지털 등 질적 승부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사상 최대의 순익을 내며 재계 수위로 올라선 삼성은 내년부터 디지털시대에 맞도록 소프트웨어를 혁신하는 질적인 구조조정에 치중키로 했다. 고품질, 저원가 등 재래식 경쟁력 개념에서 벗어나 브랜드ㆍ디자인ㆍ서비스 개발 등에 주력한다는 게 그 내용.
디자인과 서비스 분야에 치중할 삼성전자의 경우 고객중심의 총체적 마케팅 체제를 구축하고 현재 1,000명 선인 마케팅 인력을 내년 말까지 3,000명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는 금융시장 불안, 외국금융기관 진출 등에 따른 이익기반 약화로 '위험관리'에 전력을 투구하고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테크윈 등 취약한 계열사는 수익모델을 고도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차세대이동통신 (IMT2000) 비동기식 사업권을 따내면서 재계 돌풍을 일으킨 SK도 인력감축 등의 '고전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고 사업구조 자체를 구조조정할 생각이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줄곧 '팔릴 수 있는 기업'으로 조직구조를 정렬하라고 강조해왔다.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와 같은 경영환경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SK는 또 지식, 기술적 노하우, 브랜드가치 등 무형자산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LG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룹 지분을 우선 LG화학과 LG전자 등의 지주회사로 집중시킨 뒤 2003년까지는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것. 이 경우 일선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이 맡아 운영하는 선진 기업경영 방식으로 전환된다.
LG 관계자는 "내년에는 시설투자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과 연구개발투자에 보다 힘을 쏟을 계획"이라며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통신분야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대의 경우 그룹을 중공업, 전자, 금융 등 몇 개의 작은 그룹으로 완전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분정리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특히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현대는 신규사업계획은 전면 보류하고 기업분할을 통해 각 계열사를 소그룹으로 분리해 각자 살림을 꾸려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현대 관계자는 " 지난 해 약속했던 그룹 분할을 계속 추진하고 계열사별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있다"며 "신규사업 진출 보류하되 기존 사업을 꼼꼼히 챙기는데 전력을 투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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