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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그린스펀 회동 의미 / '경제대통령'과 연착륙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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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그린스펀 회동 의미 / '경제대통령'과 연착륙 조율

입력
2000.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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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워싱턴에 처음으로 입성하면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제일 먼저 만났다.부시가 당선자 자격으로 그린스펀 의장을 첫 면담 대상자로 선택한 것은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그의 비중에다 경기하강 조짐으로 경제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된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행보이다.

전임 정부가 경제치적을 만끽했던 데 비해 부시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경제의 경착륙을 저지해야 하는 정책과제를 최우선으로 안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린스펀의장과 이전 공화당 정권과의 관계가 냉랭했던 것이 주지의 사실인 만큼 이날 부시의 제스처와, 향후 두 사람의 관계는 주목을 받을 만 하다는 지적이다.

부시 당선자는 이날 숙소인 매디슨 호텔에서 그린스펀 의장과 1시간여 동안 조찬회담을 갖고, 경제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는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와 래리 린지 경제 고문 등을 배석시킨 가운데 45분여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그린스펀 의장과 15분 동안 단독 회담을 가졌다.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함구했다.

부시 당선자는 회담을 마친 뒤 보도진 앞에서 그린스펀 의장의 어깨를 감싸는 등 친밀감을 나타내며 "나는 여기 있는 훌륭한 인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의 능력에 대해 깊이 신뢰하고 있으며 많은 현안들을 논의했다"면서 그린스펀을 '대단한 사람''특별한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등 찬사를 보냈다. 대통령 당선자로서 과공에 가까운 표현들이었다.

부시 당선자의 이 같은 제스처는 물론 미국 사상 최고의 경제호황을 이끌고 있는 그린스펀 의장과의 경제정책에 대한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그린스펀 의장사이의 악연을 자신의 행정부에서는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속내를 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집권동안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그린스펀 의장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당시 니컬러스 F 브래디 재무부 장관은 FRB에 세금인하를 단행토록 압력을 가했고, 그린스펀 의장은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해 결국 FRB와의 정례회담이 중단되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도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FRB가 경기침체 탈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그린스펀 의장에게 패배를 전가, 두 사람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었다.

부시 당선자가 이날 FRB에게 금리문제에 대한 폭 넓은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 경제에 이득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향후 그린스펀 의장과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든 데다 두 사람의 경제연착륙을 위한 정책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는 대선 공약대로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감면을 추진,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입장인 반면, 그린스펀은 향후 10년 동안 발생할 재정흑자를 연방정부의 부채 상환에 충당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재무부 장관 물망에 오르는 알코아 알루미늄사의 폴 오닐 사장도 저금리 정책 옹호자여서 그린스펀과의 불편한 관계가 예상된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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