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8년 12월19일 영국의 시인 겸 소설가 에밀리 브론테가 폐결핵으로 죽었다. 향년 30세. 브론테가 죽은 1848년은 혁명의 해였다.파리, 베를린, 밀라노, 빈 등에서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혁명적 봉기는 메테르니히의 빈 체제를 허물며 유럽에서의 절대 군주제를 크게 위협했다.
그런 세계 혁명의 해로서 1848년에 비교될 수 있는 해는 오직 1968년 뿐이다. 이 해에도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등 세계 도처에서 반부르주아 봉기가 있었다. 그러나 1848년의 혁명이 절대 군주제의 뿌리를 뽑지 못했듯, 1968년의 혁명도 부르주아지의 지배를 흔들지 못했다.
에밀리 브론테는 요크셔의 손턴에서 성공회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제인 에어'로 유명한 소설가 샬롯 브론테는 그의 언니이고, '애그니스 그레이'의 작가 앤 브론테는 그의 동생이다.
원래 브론테 자매는 다섯이었지만, 샬롯 위의 두 언니들은 어려서 죽었다.
에밀리 브론테가 자신의 유일한 소설 '폭풍의 언덕'을 출간한 것은 죽기 한 해 전인 1847년이다. 황량한 산지의 외딴 저택 '폭풍의 언덕'을 배경으로 인간의 격렬한 애증을 묘사한 이 소설은 발표 당시에는 백안시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에 견줄 만한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은 1939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에밀리 브론테의 슬픈 시 한편. "저 쓸쓸한 호수 저 한밤의 하늘/ 구름에서 빠져 나오려 안간힘 쓰는 저 핼쓱한 달/ 차마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듯/ 살랑거리는 저 희미한 속삭임/ 지금 내 마음에 이리 슬피 내려 앉네/ 내 기쁨을 이리 외로이 시들게 하네// 그것들을 가만 두기를, 모두 피어나 빙그레 웃도록/그러나 그 뿌리들은 내내 시들고 있는 것을/아아"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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