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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한화갑신임총재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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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한화갑신임총재에 거는 기대

입력
2000.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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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은 14일 이사회를 열어 한화갑 민주당 최고위원을 제 5대 총재로 추대했다.한 신임 총재는 작년 말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임한 김우중 총재의 뒤를 이어 앞으로 6년간 바둑계 수장을 맡게 된다.

순수문화단체인 한국기원 총재에 현역 정치인이 추대된 것이 약간 의아스럽긴 하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 막강한 정치 실세였던 이후락씨가 69년부터 83년까지 초대 총재로 재임했었으므로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다.

비록 이번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신임 총재 추대를 결의했지만 그 동안 한국기원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상당한 내홍을 겪었다.

지난 8월 조남철 9단을 비롯한 일부 원로기사들이 전격적으로 한의원을 총재에 영입키로 했다고 밝힌 이후 프로기사들의 의견이 저마다 엇갈렸다. 심지어 이 문제가 엉뚱하게 현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 주류측과 원로기사들이 이끄는 비주류측 간의 세력 다툼으로까지 비추어지기도 했다.

사실 한국기원 총재란 상징적인 자리에 불과하다. 한국기원 정관에는 '총재와 이사장은 기원을 공도 대표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총재의 권한과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이사장은 최고 의결기관이 이사회의장으로서 기원 업무를 총리한다.'고 되어 있는 것에 비추어 총재는 명목상으로 한국기원을 대표하는 명예직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재 추대문제에 관해 바둑계의 관심이 지대한 것은 총재의 영향력에 따라 바둑계의 위상이 달라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임 이후락 총재나 김우중 총재 모두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십분 활용해 종로 회관과 홍익동 회관 건립에 지대한 기여를 했으며 아울러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바둑계에서는 이번에도 '여당 실세 정치인 총재'의 등장으로 새회관 건립 및 획기적인 물적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 다시 한번 바둑 중흥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워낙 변화 무쌍한 요즘 정치 현실에 비추어 과연 한화갑 신임 총재가 얼마나 바둑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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