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토요일 오후였다. 신촌에서 어린이대공원을 가는 542번 버스를 탔다. 버스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초만원이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내릴 곳에 다다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평소에 이렇게 북적대는 버스를 운전하시는 아저씨들은 늘 인상을 찌푸리고 승객들에게 화를 내기 마련인데 그 운전사 아저씨는 좀 달랐다. 내내 미소를 짓고 계신 것은 물론이고 시각 장애인 한 분을 태우기 위해 버스를 세우고 직접 버스에서 내리더니 그의 손을 잡고 버스에 오르는 것이다.
앞서가는 버스들이 모두 외면한 채 지나쳤고 승객들도 복잡한데 그냥 가자고 했는데 말이다. 자리를 잡은 시각 장애인이 "휴. 아까부터 서 있었는데 이제야 탔소.
기사 아저씨, 고맙소"라는 말을 하는 걸 듣는 순간 마음이 무척 따뜻해졌다. 다른 사람들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진정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운전사 아저씨께 감사의 말씀 전한다.
/ 천양욱. 서울 중구 을지로6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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