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4성 장군 출신인 파월의 이름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 다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합참의장, 최고 지휘관(합참의장)으로 최초의 흑인 전쟁영웅인 파월을 흑인 최초의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부시 당선자가 자신보다도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파월을 어떤 이유로 국무장관에 임명했을까. 부시는 21세기 미국의 첫 대통령으로서 '강한 미국'이라는 화두(話頭)를 던졌다.
대선공방으로 정통성에 상처를 입은 부시는 비록 소수파 대통령이지만 미국의 국익을 보호한다는 강력한 이미지를 국민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외교와 안보에서 문외한인 부시가 대외정책에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한 미국'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신뢰하고 경험도 풍부한 파월을 지명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냉전 시대 이후'를 단독으로 질주해온 미국이 21세기에도 똑같은 영향력을 각국에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중국과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러시아, 극단적 반미주의로 치닫고 있는 일부 아랍 국가들,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수출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북한 등은 이미 미국의 리더십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면 해결사로 선택된 파월은 이 같은 도전들, 특히 대 북한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파월의 경력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ROTC로 임관한 파월은 1973년부터 74년까지 주한 미군 제 2사단 대대장(중령)으로 근무했다.
1981년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부 장관 시절 국방부에서 일했던 그는 당시 장관의 수석 보좌관인 리처드 아미티지와 교분을 쌓게 된다. 파월이 비록 주한 미군으로 근무했지만 한반도 문제에 정통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20년 지기가 국방차관보를 역임한 아미티지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반도 전문가인 아미티지는 1999년 2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수출을 저지하기 위해 해상봉쇄 등 강경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이른바 대북 포용정책을 주장한 '페리 보고서'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아미티지 보고서'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미티지는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북한에게 일괄 타결안을 제시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제재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북한에 대해 핵 의혹 해소, 미사일 개발과 수출 금지, 재래식 무기 감축을 요구하고 이를 수용할 경우 식량지원, 국제금융기구 지원, 관계개선을 하되 이를 거부하면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그동안 페리 보고서를 추진해온 클린턴 행정부와는 사뭇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우리의 햇볕정책과도 거리가 멀다. 부시 행정부가 아미티지 보고서를 대북정책으로 채택한다면 한반도의 정세는 바뀔 수 밖에 없다.
파월은 군사참모대학 시절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탐독하면서 "정치 지도자는 전쟁의 목표를 설정하고 군은 이를 실천한다"는 대목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휴전선을 바라보며 근무했던 파월이 친구 아미티지의 보고서를 금과옥조로 생각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우리 정부도 외교ㆍ안보팀을 개편하는 등 부시 행정부의 대 한반도 정책과 상호 조율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장훈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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