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조는 모두 제3자다. 최고경영자와 대주주의 소신있는 판단에 맡겨라."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이 노조 반발로 무산 위기에 처하고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는 등 제2차 금융구조조정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이에 대해 학계 및 금융계 인사들은 18일 "현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짓지 않으면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기업 자금난도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주주와 최고경영진이 정부와 노조를 배제한 채 소신껏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어윤대 교수는 "현재 금융권의 문제는 우량은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부실은행에서 발생한 것인 만큼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 문제에 정부가 일체의 간섭도 해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합병 문제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과 행동을 일삼아 오히려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두 은행간 합병이 시너지 효과가 없다고 누누이 밝혀왔던 두 은행장이 갑자기 합병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도 정부정책에 협조한다는 측면이 아니겠느냐는 설명이다.
한양대 김대식 교수도 "정부는 전략적 선택 대안을 제시한 후 여러가지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원칙론만을 천명해야 한다"며 "두 은행간 합병에 대해 일체의 언급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역시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방해가 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크레디리요네증권 데이비드 김 상무는 "GM이나 씨티은행 등 선진국에서 엄청난 이익을 내는 기업들도 경영진이 구조조정이나 감원 결정을 내리면 노조측이 수긍한다"며 "경영 합리화를 위해 경영진이 내린 결정이라면 노조측도 합리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하성근 교수는 "노조가 경영 참여를 위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인 이사회를 두고 다른 방법으로 경영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부와 노조가 의사결정에서 일단 한 발 물러서는 것이 필요함과 동시에 경영진이 합병 이후 청사진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양대 김 교수는 "국민, 주택은행의 경우 합병 이후에 은행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명확히 밝히고 합병의 이점 등을 노조측에 설득시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두 은행의 합병 추진 사실이 공론화한 만큼 인력감축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신인석 박사는 "경영진이 노조를 설득시켜가며 합병을 이끌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힘든 과정일 수 있다"며 "하지만 부실은행간 합병이 아니라 우량은행간 합병인 만큼 자율적인 결정이 향후 합병의 성공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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