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를 훌쩍 넘기는 40년 동안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이자 참모로 일했던 민주당 권노갑 최고위원이 17일 '순명(順命)'이란 말과 함께 또 한번 사퇴의 변(辯)을 냈다.올 들어서만 4월 총선 불출마, 전국구 포기, 최고위원 경선 불출마 등 김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을 의식한 4번째 '자기 희생'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동교동계 장형으로 '가신'이 겪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영욕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어김없이 읍참마속을 자처하는 시련을 감내해 온 그는 이번에도 "할 말은 많지만 아무 말도 하지않겠다"는 말로 속내를 닫았다. "나라와 당, 김 대통령을 위한 결정"이란 말도 담았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순명(順命)'은 김 대통령이 국회의원에서 야당당수, 대통령으로 정치적 입지가 넓어질수록 자주 찾아왔다.
가깝게는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그는 최고위원 경선 불출마를 선언해야만 했다. "2인자와의 경선은 무의미하다"는 경쟁 주자들의 견제가 모양 좋은 경선을 기대한 김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배려한 지명직 최고위원도 4개월여만에 당정쇄신의 물결에 밀려 사퇴해야 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그는 낙천한 당내 중진을 무마하기 위해 지역구 출마는 물론 예정된 전국구 의원까지도 포기했다.
1997년 1월 한보 비리로 구속돼 15대 의원을 중도하차한 지 3년여 만의 여의도 입성이 무산된 것이다. 15대 의원 자리 역시 13,14대 때 지역구였던 전남 목포지구당을 김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에게 물려주고 받은 전국구였다.
김 대통령이 취임한 해 8월, 그는 사면ㆍ복권됐지만 오랫동안 일본과 미국 등지로 떠돌아 다녀야만 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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