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콜린 파월(63세)을 두고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이라는 말들이 무성하다. 자메이카 이민자 아들로 태어난 그가 드디어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것은 능력만 있으면 성공하는 미국식 꿈의 실현이라는 이야기이다.많은 이들이 파월을 단순한 군인 출신으로 보기도 하지만 세계 몇 언론들의 표현처럼 사실 그는 단순한 군인이 아니라 '군인-정치가'였다고 보는 편이 맞다. 무엇보다 미국과 구 소련연합의 정상회의에서 그가 핵심역할을 했음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파월이 정치에 영향력이 있는 '군인-정치가'가 되어 오늘 국무장관이 될 발판을 마련한 결정적인 전기는 무엇일까. 한 기사에 따르면 학력이다.
(nytimes.com/2000/12/17/politics/17POWE.html). 그는 베트남 전 참전 후인 35세에 명문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따, 엘리트 군인클럽에 편입되고, 이후 백악관장학생 프로그램에 들게 되어 국방부, 에너지부 등에서 근무함으로써 정부 구조를 배우고 동시에 정치영향력을 행사하는 터전을 마련했다는 의견이다.
파월의 성공 계기 논란에서 보듯 미국은 전반적으로 학력위주사회, 능력위주사회(meritocracy)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몇 언론은 미국내의 대학 서열을 철마다 발표하고 대학 서열을 매긴 책, CD들이 매해 출간된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 지가 대표적이다(usnews/com/usnews/edu/college/rankings/primer.htm1).
프랑스는 미국보다 한 술 더 떠, 공부 잘 한 사람을 대접하는 학력위주사회, 능력위주사회 나라라는 것이 국제학 전공의 조홍식 교수(카톨릭대) 말이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엘리트를 선발하는 절차는 시험에서 시작되어 시험으로 끝난다. 자격시험 격인 '에그자맹(examen)'은 보통 대학을 가려는 사람들이 보는 시험이지만, 능력경쟁시험 격인 '꽁꾸르(concours)'는 졸업 후 관리로서의 직업과 높은 월급을 보장하는 특수대학 격인 이른바 그랑 제꼴(Grandes Ecoles)에 들어갈 사람들이 보는 시험이다. 그랑 제꼴 졸업자들도 성적 순서로 좋은 부서에 배치되는 학력위주 제도를 일반 국민이 반발하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16일 토요일, 대입 특차지원을 하는 마지막 날, 각 대학의 접수처는 소란스러웠다. 다들 핸드 폰 하나씩 들고 인터넷으로 지원상황을 알아보는 다른 식구들과 연락하느라 분주하였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자격시험과 능력경쟁시험, 어느 쪽인가 구분이 모호하게 쉽게 치러졌는데, 각 대학은 수능시험결과를 경쟁시험처럼 성적 순으로 이용, 아이들을 선발하니, 접수 마지막 순간까지 지원율, 예상 합격점수를 인터넷을 통해 예측해보려는 데서 오는 혼란이었다.
수능시험은 자격시험과 능력경쟁시험 둘 중의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를 교육부는 분명히 해야 한다. 만일 전자 성격을 유지하려면, 각 대학이 후자 성격의 본고사를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 서열과 학력을 중시하여 문제라는 의견들이 있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지연, 혈연 같은 인연을 우선하는 것이다.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된 이들의 학력 허위기재 소동도 결국 인연을 내세운 데서 나온 것이다.
능력경쟁시험을 뚫고 나온 사람은 대접한다는 능력위주사회도 그 능력의 잣대가 자의적이어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 같은 이는 크게 비판하지만 현재로서는 제도와 운영에 공정성만 있다면 갖가지 엉뚱한 인연을 끌어다 붙이는 사회보다는 훨씬 낫다. 능력위주사회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박금자 /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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