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 최고위원의 2선 퇴진으로 여당 내에서 계보정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 위원이 동교동계의 맞형으로서 여권의 실질적 2인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가 떠난 빈 자리를 놓고 소계보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집권당에서 계파 정치가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대선후보 경선을 1년여 앞두고 있는 데다 정권 후반기여서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
권 위원이 중심이 된 '동교동계 구파'는 당분간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은 '동교동 신파'의 대표격인 한화갑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차기대권 도전 의사가 강력한 이인제 최고위원이 이끄는 세력으로 양분될 것 같다.
한화갑ㆍ이인제 최고위원은 현재 각각 12~15명의 직계 의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각각 20명 가량의 의원들과 우호적이다. 친 한화갑계는 문희상 설훈 배기선 의원 등 국회 아태정책연구회 소속이 중심이다. 친 이인제 계에는 이용삼 원유철 홍재형 의원 등 국민신당ㆍ충청권 출신들이 주로 포진하고 있다.
또 김근태 최고위원은 '민주화투쟁 동지'로 불리는 6~7명의 의원들과 가까운 관계이지만 결집력은 다소 떨어진다. 김중권 정동영 최고위원 등은 뚜렷한 계보 모양을 갖추지 못했지만 각각 영남권 인사, 소장파 그룹들과 우호적 관계이다.
김성호 장성민 의원 등 12명 가량이 참여하는 '초선의원 그룹'도 모임 정례화를 추진하고 있다. 각 세력들은 향후 당정개편 및 대선후보 경쟁에서 합종연횡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용병술과 권 위원의 막후 역할에 따라 계보 정치의 모양새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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