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시행되기 전인 1998년 초였다. 한 신문 만평이 인상적이었다. 젊은 외국인자가가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 관계부처를 들락거리다 보니 투자허가를 받았을 때는 꼬부랑 노인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지금은 사정이 크게 개선된 것은 분명하다. 규제개혁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98년 8월말 1만717건이던 규제가 금년 11월에는 7,088건으로 약 30%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외국인투자에 대해서는 서류가 대폭 줄고 원스톱 서비스가 도입돼 편리해졌다고 외투기업들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제 외국인 직접투자가 활발해지려면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규제완화 및 외자유치 노력이 함께 따라줘야 한다.
현재 행정규제 중 시,도,군 등 지자체에 위임된 규제가 무려 1,500여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자유치 경쟁국들도 규제완화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 동안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규제완화를 위한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일선에서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책임의식과 일관성이다. 공무원의 일 처리 자세가 실제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우코닝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우코닝은 97년 12월 동아시아 제조기지로 한국 대신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 당시 전용부두 건설지원, 기반시설 조성 등 다우코닝의 요구에 대해 한국에선 농림부, 건설교통부 등에서 여러 이유를 내세워 난색을 표명했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정부부처 간부들로 다우코닝만을 위한 특별대책반을 구성, 협상에 들어갔다.
대선이 끝나자 관련부처의 태도가 뒤늦게 지원쪽으로 돌아섰지만 이미 다우코닝의 결정은 끝난 상태였다.
최근 옴부즈만 사무소에는 할인매장 신축과 관련 지자체의 일관성 없는 행정에 대한 외국투자기업의 고충이 여러 건 접수되고 있다. 규정대로 서류를 구비하고 절차를 마쳤음에도 최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에서 민원이나 다음 선거를 의식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관성없고 무책임한 행정이 만연하는 국가에 외국기업이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안심하고 결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외국인투자에 대한 관련부처의 일 처리가 적극적이고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자세가 일과성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국제화를 위해서 외국인 투자유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金完淳(외국인투자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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