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요금횡포ㆍ저질도시락.예비군이 봉인가'라는 독자투고를 보내 '12월의 시민기자'로 선정된 박용진(朴用鎭ㆍ29ㆍ서울 강북구 미아4동)씨는 알고보니 정치인이었다.민주노동당 강북을지구당 위원장인 그는 4월 16대 총선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강북을 선거구에 출마, 13.3%라는 득표율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도 매일 지구당 사무실로 출근한다. 한국일보는 그의 직함을 알고는 시민기자상 수여를 고민했다. 그러나 투고내용이 시민으로 분개할 일을 잘 지적했다는 점에서 시민기자로 선정키로 했다.
그는 94년 12월부터 26개월을 복무한 예비역 병장. 다른 예비군들처럼 그도 1년에 4일 동원훈련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서울 지하철4호선을 타고 당고개역에서 내려 남양주훈련부대행 마을버스나 택시를 타는데 택시는 기본요금거리인 이곳으로 1인당 1,500원씩 받고 4명씩 태워서 출발했고 마을버스도 다른 곳에 비해 비싼 550원을 받았다.
특히 훈련부대에서 파는 점심도시락은 3,000원짜리로 훈련때 받는 식비 1,500원의 두배였지만 품질이 형편없었다.
박씨는 11월 훈련 당일 강당에서 정신교육을 받던 중 손을 들고 교통요금횡포와 도시락의 개선을 요구했다. 그런데 부대 관계자는 "버스 요금은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 점심이 불만이면 도시락을 싸오라"고 무성의하게 답변했다. "그냥 두면 절대로 고치지 않을 것 같아" 박씨는 독자투고를 하게 됐다.
"작은 불만이 쌓여 큰 원망이 되듯, 예비군들이 훈련을 받을 때마다 교통편, 점심에 불만을 가진다면 예비군 훈련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글이 실리자 부대 관계자들은 전화로 "왜 그런 글을 써 보냈느냐"고 다그쳤지만 나중에 만난 연대장은 박씨의 설명을 자세히 들은 뒤 "훈련부대에 구내식당을 만들어 점심식사 불편을 해결하고 경찰에 택시 요금 횡포의 단속을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씨는 "예비군들은 1년에 몇 차례만 훈련을 받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대충 넘기려고 들 하는데 이런 태도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 막는다"며 "난생 처음으로 보낸 투고가 좋은 결실을 맺은 만큼 앞으로도 불합리한 일이 있으면 언론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94년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지냈으며 97년 대선때 국민승리21 권영길후보 대변인실 직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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