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근로자들이 매일 일당 일부를 모아 자신들 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해 경기침체로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사람들의 언 가슴을 녹이고 있다.경남 마산시 회원구 구암동에 작은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일용직 직업소개소 금강인력공사에는 매일 오전 5시30분이면 하루벌이를 찾아 나선 영세민 100여명이 난로 앞에 모여 일감을 기다린다.
구조조정으로 명퇴를 한 공무원, 회사원을 비롯해 대학생, 주부까지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하루 3만∼5만원을 벌기 위해 이곳을 찾지만 최근에는 일감이 줄어 허탕치기가 일쑤다.
하지만 다행히 일감을 배정받은 사람들은 현장에서 일을 마친 뒤 오후 6시께면 다시 사무실에 들러 특별한 행사를 갖는다.
이곳을 직장으로 삼아 매일 찾고 있는 40여명은 9월말부터 '금강회'라는 상조계를 조직, 받은 일당의 일부를 사무실에 놓인 모금함에 넣고 있다. 최근에는 회원이 아닌 사람들도 선뜻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적게는 100원짜리 동전 1개에서 많게는 1만원 지폐까지 매일 정성스레 모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들 모두는 이 돈이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질 것이라는 생각에 뿌듯해 하고 있다.
금강회는 이달말께 모금함을 열어 전액을 지역 소년소녀가장과 혼자 사는 노인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상조계 회장 정순자(鄭順子ㆍ35ㆍ 여)씨는 "하루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매일 자발적으로 돈을 내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며 "어려운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를 안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이동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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