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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최고위원 사퇴 의미 / 여권 권력구도 격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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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최고위원 사퇴 의미 / 여권 권력구도 격변 예고

입력
2000.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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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에서 '퇴진론'에 몰렸던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최고위원이 17일 밤 전격적으로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것은 그 자체로 여권 내부의 일대 사건이다. 권 최고위원 본인의 기구한 정치 역정은 물론이고 여권의 권력 축이 바뀌는 연쇄 현상을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연히 '킹 메이커' 역할을 노려왔던 권 최고위원이 날개를 접은 것은 여권 내 대권 경쟁 구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권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는 무엇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정 쇄신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오던 각종 인사 개입 등의 의혹에 대해선 "억울하다"고 부인하면서도 여권 내 새판짜기에 장애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권 최고위원이 사퇴 성명에서 "할 말은 많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서 이 같은 심경의 일단이 잘 드러나고 있다.

권 최고위원의 사퇴로 김 대통령의 어깨는 훨씬 가벼워졌다. 서영훈(徐英勳) 대표를 비롯한 다른 지명직 최고위원들도 사퇴의 뜻을 밝히고 있어 당정개편은 대폭으로 이루이질 전망이다. 사퇴 결정엔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봐야 하며 이는 김 대통령이 당정 쇄신에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여권 내 차기 구도를 관리하는 김 대통령 생각의 변화도 주목된다. 권 최고위원의 정치 공간 축소는 차기 경쟁의 완충지대가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인제(李仁濟) 한화갑(韓和甲) 김중권(金中權)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노무현(盧武鉉) 해양수산부장관 등 차기 주자들의 각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동교동계 내부의 갈등 구조가 어떻게 정리될 지도 관심이다. 권 최고위원의 사퇴와 동교동계 당직자들의 동반 퇴진이 병행하는 상황에서 한화갑 최고위원만이 동교동계의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현상적으로는 한 최고위원쪽으로의 힘쏠림을 예상할 수 있고 동교동계 내부 결속도 한 최고위원 중심으로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권 최고위원 주변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진통이 따를 수도 있다. 한 최고위원의 정치력이 시험 받는 상황이다.

여권 내 물갈이 인사에 미칠 영향은 다소 복잡하다. 민주당내의 동교동계 2선 퇴진이 권 최고위원의 사퇴로 대미를 장식하면서 당직 인선은 전문성, 실무능력 위주로 이뤄지게 됐다. 그러나 청와대에 포진하고 있는 범동교동계인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과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의 거취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여권 안정성을 위해 청와대 진용은 유지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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