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 국민 마음을 읽는 정치

입력
2000.12.18 00:00
0 0

한국 신문은 재미있다. 매일 일어나는 사건들로 흥미 만점이다. 더구나 정치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탐정소설도 넌픽션도 신문기사보다 재미있지 않다. 세계 어느 나라 신문이 이처럼 재미있을까 싶다. 독자들도 신문처럼 빠르고 급하고 자극적이다.그런 까닭인지 요즘 우울한 정국을 신문을 통해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마음의 여유가 없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전혀 국민의 심리를 못읽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국정을 새롭게 짜려는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깊이 살펴야 한다. 국민은 불안한 마음으로 정국 쇄신책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 봐오지 않았느냐"고 기대조차 않는 비관론자가 많다. 이런 분위기를 지역감정 차원에서 봐서는 안될 것이다.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정치는 비난의 칼날 앞에 섰다. 일방적인 야당지지자는 물론 여당만 편들던 사람들도 경제난의 책임을 정치에 묻는 것은 한가지다.

그러면서 정치가 난국을 극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실망은 그 때문에 더 큰 것인지 모른다.

연말을 맞아 열리는 여러 모임에서도 화제가 여기에 집중돼 있다."언론에서 DJ 공격하는 것이 요즘 대단해요. 사정없이 몰아치는 글을 읽으면 왜 그렇게 후련해지지요?"

"신문도 반성해야 돼요. 경제난이 여기까지 오도록 뭐했어요." 기자직업 때문에 언론계의 대변인처럼 되는 자리가 가끔 있는데 그런 경우 생생한 민심이 잘 드러난다.

"정치가 국민 생활을 얼마나 불안하게 만드는지 아세요. 높은 사람들이 TV에 비치면 화부터 나요. 서민들은 실업위기와 불황으로 마음 저리고 사는데 시커먼 차만 타고 외국으로 호텔로 들락거리는 걸 보세요. 말하는 건 왜 그렇게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만 골라 하는지 모르겠어요."

왕조시대엔 잘못된 정치가 간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국왕은 현군이지만 간신들이 눈과 귀를 가렸기 때문에 민심을 읽지 못한다고 했다. 대통령제를 실시하면서도 초기엔 대통령은 애국자이지만 측근들이 막아서 정치가 혼란해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린다.

"요즘 세상은 빨라졌어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사건을 바로 알잖아요.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은 한없이 느려요.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즉각 처리해야 하는데 느린데다 또 잘못 처리해서 일을 더 키우지요. 그리고 왜 대통령이 국민을 대상으로 오기싸움을 하지요. 이해가 안가요."

정치에 관심없던 주부들도 이제는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정치인의 둔감함을 지적하고 있다. "옷로비 사건 이래 한 번도 깨끗하게 정리된 정치문제가 없지요?

속 터지는 말만 하는 대변인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비수가 들어간 성명서를 쏟아내는 정당 대변인들이 정치 후진성의 상징적 존재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신문을 보세요. 국민의 정부에서 성과를 올렸다지만 무언가 대북관계가 답답하지 않아요.

재벌과 공기업을 구조조정한다는 경제관료의 말에도 국민들의 부아를 돋는 것이 많아요. 말 한마디에 회사가 거덜나고 주식값이 춤추지만 언론만 탓하지요."

결국 정부와 여당의 인사가 대통령의 수습책에서 핵심이 될 것인데 그 좋은 사례를 미국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부시 미 대통령 당선자가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을 높게 평가했다.

걸프전의 영웅인 파월은 부시행정부가 절실히 필요한 신뢰성을 가져다 줄 인물이고 앞으로 대통령보다 더 인기있는 스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거 후유증 해소가 시급한 부시는 미국인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참신한 인사에서 정국의 일신책을 찾은 것이다.

/ 최성자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