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결과가 발표된 하루 뒤인 16일. 정보통신부의 분위기는 큰 일을 끝낸 홀가분함보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걱정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모 국장은 "LG의 탈락은 최악의 결과"라고 평했다. 이번 선정 결과로 동기 시장이 설 땅을 잃게 되고 통신 시장이 과거의 독과점 체제로 돌아가게 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였다.
한 직원은 "사업자들의 엄청난 반발을 무릅쓰고 사업자 선정 정책까지 바꿨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면서 "정부 부처로서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탄식했다.
업계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통부는 정보통신 산업의 미래를 이끌 비전도, 정책 의지도 없다"는 비난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통부가 PCS사업 때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키려 애쓴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결국 투명성 하나 지키고 모든 것을 잃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동기산업 육성을 위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정통부 고위간부조차 "솔직히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해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실토할 정도다. '업계 자율'에 맡겨도 누군가는 동기식을 채택할 것으로 믿고, '동기식 1곳 포함'으로 정책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었던 과거의 실책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IMT-2000 사업자 선정 과정 내내 정통부가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은 이런 혹평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희정 인터넷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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