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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굴렘 국제만화제 수상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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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굴렘 국제만화제 수상작 출간

입력
2000.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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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제 수상작 두 권이 출간되었다. 1994년 '최우수 외국어 작품상'을 수상한 스페인 작가 미켈란도 프라도의 '섬'은 그를 미국 일본에서까지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다.무더운 여름날 대서양의 외딴섬에서 만난 남녀를 둘러싼 예기치 않은 사건의 전개, 미묘한 심리의 엇갈림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남녀 모두 속마음을 혼자 중얼거리기만 할 뿐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못한다. 그 미묘한 관계 때문에 두 사람이 머무는 섬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은 평론가들로부터 '마술적 사실주의'로 분류된다. 작품 중간 중간 가르시아 마르케스나 보르헤스 등 마술적 사실주의 작가들의 인용문이 소개되기도 한다.

특히 툴루즈 로트렉, 에드가 드가 등의 화풍을 장면에 따라 자유롭게 변용하고 있다. 둘의 관계가 원만할 때는 화사한 드가 풍이, 위기로 치닫을 때는 로트렉의 불안하고 데카당한 분위기가 쓰이는 등 섬세한 '색채의 마술'을 선사한다.

올해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파스칼 라바테의 '이비쿠스'는 알렉시스 톨스토이의 동명 작품을 만화로 각색한 것으로서 혁명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비열한 계산을 통해 성공을 추구하고 돈과 섹스, 마약, 도박에 파멸해 가는 한 인간의 운명을 그리고 있다.

시니컬하고 기회주의적인 주인공 시메온은 하급 사무원이었다가 혁명 과정에서 온갖 위험한 계략과 악의를 거쳐 귀족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그의 나중 모습은 말하는 해골, 즉 '이비쿠스'처럼 처참하고 황량하다.

흑백톤의 '이비쿠스'는 풍부한 회색조와 흐릿한 윤곽선, 그로테스크한 인물 형태로 인간의 내면적 정황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마치 모스크바 길거리의 두려움과 추위, 그리고 등장 인물의 내면적 깊이가 배어나오는 듯하다. 각 장면에 걸쳐 딥 포커스, 쇼트 등 영화적 기법을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다. 각권 15,000원.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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