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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명의 존귀함을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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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명의 존귀함을 가르치자

입력
2000.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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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매개로 한 동반자살과 촉탁살인 사건은 너무 큰 충격이다. 생면부지의 청년들이 자살을 하고싶다는 충동을 공유하고 있다는 한가지 인연으로 만나 극약을 마시고 같이 죽은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처음 만난 사람이 죽음을 원한다고 거리낌 없이 흉기로 찔러 살해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이 일어났다.촉탁살인 혐의로 구속된 19세 청년은 역시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미혼여성을 여러 차례 '죽여주려다' 실패한 일이 있고, 강릉에서 자살한 두 청년과 동반자살을 기도 한 일도 있었다 한다.

또 전화나 e- 메일을 통해 죽고싶다고 자신에게 호소해온 사람이 10여명이나 되었다니, 그 세계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대체 무엇인가. 목숨을 그렇게 하찮게 여기는 세태가 너무 끔찍해 현대문명이 두렵고 원망스럽다.

그는 피해자가 죽여달래서 죽였을 뿐이라고 태연히 말했다. 너무 애절하게 죽여달라고 부탁해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그를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하다 못해 바보스러운 생각을 가진 사람이 그 하나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는 그런 식으로 자살을 충동하고 자살방법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수십ㆍ수백개가 있고 수만 명이 접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살충동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개설되지만,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의 접속이 늘어나 고통 없이 죽는 방법에서 아름답게 죽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온갖 정보와 사연이 난무하고 있다.

혼자서 사이버 세계에 오래 침잠함으로써 조그만 충격에도 고난을 극복할 의지와 힘을 잃어가는 요즘 젊은이들의 나약성도 걱정이다. 피해자는 건설업체에 근무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지만 애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데다, 건설경기 퇴조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죽음을 결심했다고 한다.

결손가정 출신인 가해자는 여동생이 가출한 뒤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다가 자살충동을 느껴 자살 사이트를 드나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고용패턴의 변화, 혼탁한 사회질서 등으로 세상이 살기 어려워 질수록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 정도의 고난에 투지를 꺾이는 콩나물 같은 젊은이들에게 생명의 존귀함을 알리고 들풀처럼 단련시킬 사회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자살은 비겁한 행동이며, 자신과 주위 사람들과 나라에 얼마나 큰 죄악인지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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