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시드니올림픽 개막을 열흘 남짓 앞둔 9월6일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겸 대한체육회장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호주로 떠났다. 남북은 물론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올림픽 남북한 동시입장안 협상이 지지부진했기때문이었다.남북 스포츠교류의 큰 획을 그은 남북한 동시입장은 5월25일 사마란치IOC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안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마란치 위원장의 제안 뒤에는 김운용 회장의 조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운용 회장은 6월13일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을 수행한 자리에서 박명철 북한국가체육위원회위원장과 장웅 IOC위원겸 부위원장을 만나 남북한 동시입장에 관한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6.15 남북공동선언문 발표에 체육분야의 협력이 명시돼 있었고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체육계가 협력하면 좋은 일이 많이 있지 않겠느냐"고 언급, 남북 동시입장 가능성을 대단히 높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진전이 없다가 시드니에서 극적인 타결이 이뤄졌다. 김 회장은 IOC총회에 참석하러온 장웅 IOC위원과 수시로 만나 국기, 국가(國歌), 단복, 인원구성 등 실무적인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김 회장은 장웅 위원과 문구 하나하나까지 상의하는 노력 끝에 올림픽 개막 5일전 남북 동시입장을 극적으로 성사시켰다.
남북체육계의 협상이 벌어지면 빠지지 않고 얼굴을 비쳐 북한체육계의 남한통으로 알려진 장웅 위원이 북측 파트너여서 협상이 한결 수월했다. 특히 김운용 위원과 장웅 위원은 개막식 전날 선수단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입장하기로 합의, 주위를 놀라게 했다.
결국 9월15일 오후 7시29분(한국시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한국의 정은순과 북한의 박정철이 함께 든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남북선수단 180명은 손을 맞잡고 행진, '하나된 코리아'를 60억 전세계인에 과시했다.
비록 행진은 5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역사적인 순간의 뒤에는 김운용 위원과 장웅 위원의 3개월에 걸친 밀고 당기는 협상이 있었다.
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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