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서열 4위인 SK가 3위인 LG를 제치고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사업자로 선정돼 재계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당장 SK는 최첨단 업종인 정보통신 서비스의 독점 리더로 부상하면서 재계 수위다툼을 하게 됐고, LG는 내년 2월 확정되는 동기식 사업자 참여카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일단 그룹 전체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특히 자산기준 재계 1위를 달리던 현대가 올해 9월 현대자동차의 계열분리로 몸집이 작아진데다 내년까지 전자와 금융, 중공업 등이 떨어져나가게 돼있어, SK텔레콤을 등에 업은 SK그룹이 사실상 재계 1위인 삼성의 라이벌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일본 NTT도코모로부터의 60억달러 외자유치가 성사단계인 SK텔레콤이 자동차 산업처럼 전후방 파생효과가 엄청나게 큰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돼 SK그룹은 날개를 단 격이다. 또 SK텔레콤은 일본 NTT도코모나 차이나모바일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방침이어서 타 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SK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을 디딤돌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SK도 차세대이동통신 사업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 SK㈜에서 추진하고있는 생명공학 관련 사업을 합치면 SK그룹은 최첨단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중무장하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각에서는 IMT2000 사업이 본격화되고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2005년 이후에는 삼성을 제치고 재계 1위로 올라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섣부른 분석도 나오고있다.
재벌들의 사업부문도 자연스럽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의 경우 정보통신과 생명공학분야, 삼성의 경우 반도체, 전자, 통신장비 등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내년 동기식 사업자 선정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가전과 화학, 정보통신분야에 주력한다는 전략. 현대는 건설, 중공업, 전자, 자동차 등 소그룹으로 분할 성장하게 된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LG,어디로 갈까
LG가 IMT-2000 비동기 사업자 탈락함으로써 통신사업을 그룹 주력으로 추진하던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할 상황을 맞았다. LG의 대안은 크게 통신사업 포기, IMT-2000 동기식 선회 등 두가지.
전자와 화학이 주력인 LG는 그동안 LG텔레콤 서비스 시작, 데이콤 인수, 하나로 통신 최대주주, IMT-2000 사업추진단 발족 등을 통해 통신 그룹으로의 변신을 야심차게 추진해왔다. 또 LG전자를 중심으로 비동기 기술개발에 전력투구해왔고, LG전자 브라운관 부문 등 알토란 같은 사업 부문을 팔면서까지 사운을 걸고 자금을 마련해왔다.
그런 만큼 LG의 향후 선택은 쉽지않다. 우선 LG가 비동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동기식 사업자로 나설 경우 정부의 인센티브 등 유일한 동기식 사업자로서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동기식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15~20%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돼 만년 2~3위의 열등 사업자에 머물 공산이 크다.
통신사업 포기도 배제할 수 없다. 시외전화 사업부문의 적자와 파행적 노사관계로 데이콤은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LG텔레콤은 올 한해 적자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IMT-2000 사업자에서도 탈락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체 42개 계열사(비상장 포함)중 단 2개(데이콤, LG텔레콤)만 통신서비스 회사라는 점도 통신사업 포기의 여건이 될 수 있다.
반면 LG가 통신서비스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통신과 관련해서는 장비업체로 남는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그룹 전체적으로 고수익 사업이 거의 없게돼 경영진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하지만 LG가 통신 사업을 전면 포기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기 때문에 장고를 거쳐서라도 적응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희비 엇갈린 신청4社
IMT-2000 사업자 선정결과를 기다리던 신청업체 임직원들은 오전 10시 정부 발표소식이 전해지자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선정업체는 "만세"를 부르며 환호한 반면 탈락한 업체들은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분당 한국통신 본사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1,500명의 직원들은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IMT-2000사업을 총괄해온 남중수(南重秀) 한통IMT대표는 "한국통신의 유무선 인프라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은 것 같다"며 "공정하게 평가해준 정부와 심사위원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직원들은 1위의 성적으로 비동기 분야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두 배의 기쁨을 만끽했다. 조민래(趙珉來) 상무는 "SK텔레콤이 보유한 최고의 망설계 및 구축능력 등은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타 사업자와 차별화되는 강점"이라며 "IMT-2000 환경에서도 기존 1위 사업자 위치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비동기 분야에서 탈락한 LG글로콤 관계자들은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 16층 IMT- 2000 사업단 사무실에 탈락소식이 전해지자 "(탈락은)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며 침통한 분위기였다.
직원들은 특히 주사업자인 LG텔레콤의 주가가 개장 직후 상한가에 접어들자 흥분하기도 했지만 1시간도 채 안돼 탈락소식을 접하고 더욱 큰 허탈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박운서(朴雲瑞) 사업단장 은 언론과의 접촉도 피한 채 내부 입장을 정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울 서초동 하나로통신 사업추진단 사무실에 모여있던 직원 50여명도 탈락 소식에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는데 큰 점수차로 탈락한 것은 의외"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회사측은 심사결과 발표 직후 "심사결과에 아쉬움이 많지만 겸허히 수용한다"며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컨소시엄을 확대, 보강해 내년에 재도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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