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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부시의 미국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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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부시의 미국과 한반도

입력
2000.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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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권력을 '설득의 권력'이라고 한다. 이것은 왜 똑같은 권력과 권한이 주어지는데도 어떤 대통령은 강력하고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대통령은 허약하고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가에 대해 설명해준다.미국정치에서 대통령의 능력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도로 동원하여 다양한 행위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가에 따라 평가된다.

이제야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된 공화당의 부시 후보는 임기 중 그러한 설득의 권력을 행사하는 데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은 부시 당선자가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정치적으로 어떠한 위임명령도 받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다. 여론을 흡인하는 좌표를 제시하지 못했고 득표수도 민주당 고어 후보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시 당선자로 하여금 설득의 권력을 성공적으로 행사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물론 고어 후보가 대법원의 판정에 승복하고 부시 후보를 지지한다는 마무리를 해 줌으로써 상황은 조금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투표에서 표를 덜 얻은 부시 당선자의 입지가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이제 점차로 하강 국면에 들어가고 있는 경제상황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설득의 권력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한다면 부시 당선자는 임기 내내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현실은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수행에 있어서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강력한 리더십이 없으면 그를 시험해보고자 하는 많은 세력들이 국제사회에는 존재할 수 있다.

북한도 그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는 세력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화당은 북한에 대해서 그다지 곱지 않은 시각을 유지해 왔다. 북한에 대한 클린턴 행정부의 포용정책이 오히려 김정일 정권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었다는 주장도 공화당의 많은 정치인들에 의해 거론되어 왔다.

공화당은 미국의 힘을 바탕으로 어떠한 전제정권과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렇게 볼 때 부시 행정부 하에서는 원만하게 급속도로 개선되어가던 북미관계이 속도가 느려지거나 아니면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만약에 부시 당선자가 대내적으로 취약한 리더십을 가지게 된다면 북한은 능히 자신들에게 곱지 않은 시각을 지니고 있는 부시 행정부를 예의 벼랑끝 전략 등을 통해 한번 시험해 보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북한을 개혁 개방시켜서 국제사회로 유도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초당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미국의 대북정책 틀 자체는 그렇게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부시 당선자가 취약한 권력 기반을 지니고 출발한다고 해도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공화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지배하게 되는 단점정부가 성립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상원은 양당이 반반씩 의석을 나누어 가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회와 행정부, 또는 의회의 상하원을 서로 다른 정당이 지배하는 분점정부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조건은 한믹관계의 전개에 약간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그것은 미국의 공화당이 한국의 경제개혁에 대해서 더욱 더 엄격한 시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개혁에 대한 직ㆍ간접적인 압력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8년 간 민주당 행정부 하에서 누려 왔던 미국과의 원만한 관계의 타성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의 경제개혁 실천에 대한 성과와 어려움을 미국의 조야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선근 세종연구소 지역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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