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발의 차이로 백악관 입성의 꿈이 좌절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까.13일 공식적으로 조지 W 부시를 대통령 당선자로 인정한 고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앞으로 계획에 대해 "가족과 옛 친구들과 함께 고향 테네시 집에서 담장수리를 하면서 휴가를 보낼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여러 가지 사실을 들어 대권 재도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우선 고어는 올 대선 유권자 총투표에서 5,000여 만표(49%)를 득표, 부시 당선자보다 33여 만표를 더 얻었고 선거인단도 267명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명분이 있다. 게다가 논란표 4만 3,000여표를 수작업 재검표했다면 역전할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지지자들의 동정심도 큰 재산이다.
"앞으로 4년후 많은 변수가 있겠으나 이번 선거의 패자가 차기 대선후보로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톰 대술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패자는 4년동안 비애를 간직할 수백만의 국민을 끌어들일 것이고 이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대 교수) 이들의 이 같은 말은 단순히 위안의 의미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분석가 스튜어트 로덴버그는 고어가 만약 2004년에 재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환경이나 군축문제 등 관심분야에 대한 책을 쓰거나 순회연설을 통해 민주당과 관련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그가 현재 지닌 위상을 잃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리처드 닉슨 부통령은 1960년 대통령선거에서 패했으나 8년후에 화려하게 대통령에 올랐고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은 68년 낙선한 후 민주당 대통령 예비선거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클레어몬트 메케나대의 존 피트니 교수는 고어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출마할 수 있는 적절한 자리로 2002년 선거를 실시하는 고향인 테네시주 상원의원이지만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패한데다 그곳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공화당의 프레드 톰슨 의원이 쉽게 자리를 내줄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또 곧 공석이 될 하버드대 총장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나 라디오 방송 토론자 등의 말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한편으로 이번 싸움으로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만큼 재기가능성이 물 건너갔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노스 다코타주 민주당 상원의원인 켄트 콘래드는 고어가 1988년 민주당 대통령 지명전에 고배를 마셨다가 4년 후 성공한 점을 들어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만큼 좋은 기회가 오기는 힘들 다고 말했다.
딕 게파트 원내총무,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노스 캐롤라이나주), 조 바이든 상원의원(델라웨어주) 등 쟁쟁한 인물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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