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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난맥상 왜 이러나

입력
2000.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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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공황)에 빠진 것이 시장이 아니라 정부다.'금융ㆍ기업구조조정 시한이 임박하면서 정부 정책결정의 난맥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2단계 구조개혁의 목표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토록 하는 것"이라며 '시스템 개혁론'을 줄곧 강조해왔지만, 정작 정부내 정책결정과정은 전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금주에만 3번을 비롯해 거의 격일로 경제장관회의가 열리고 있으나, 회의만 끝나면 불쑥불쑥 실언(失言)이 쏟아지고 전략부재와 조급증까지 드러내 정부가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혼선

재경부는 12일 상호신용금고 예금인출 진정을 위해 "영업정지되더라도 약 15일후 예금보험공사가 2,000만원까지 예금을 가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예보는 금고 예금자들의 문의에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고, 14일 오전까지도 "2,000만원 지급은 몇 달이 걸릴 지 모른다"고 공식 설명했다.

하지만 1시간뒤 재경부와 예보는 긴급 구수회의 끝에 "빠르면 15일후, 늦어도 6주안에 2,000만원까지 지급하겠다"고 정정했다. 세부계획만 없이 발표부터 해버린 당국, 정부방침도 제대로 모르는 예보로 인해 수많은 예금자들만 혼란을 겪었다.

■모호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의 모호한 업무경계는 정책결정의 비효율성을 증폭시키는 결정적 이유중 하나다. 은행구조조정의 경우 지주회사 편입은행 선정은 금감위, 편입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은 재경부가 맡는다.

금고대책도 부실금고 적발과 자산건전성 지도는 금감원, 시장안정대책은 재경부가 따로 발표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청와대 금융비서실 업무의 70~80%는 현안이 생길 때 재경부와 금감위중 소관을 결정해주는 것"이라며 "솔직히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낭비와 비효율의 체계"라고 지적했다.

■조급

진념(陳稔) 재경부장관은 13일 "우량은행 합병은 자율 결정사항이지만 기왕 합병을 한다면 가급적 연내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고 '독촉'했다.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국민-주택은행장이 '노 코멘트'한 합병추진 사실을 아예 공개적으로 확인해줌으로써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의 한 고위인사는 "금년에 하든, 내년에 하든 달라질 것은 없고 그것은 정부가 말할 사항도 아니다"며 "우량은행 합병까지 구조조정 시한에 쫓길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허술

시장에 완전히 맡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확실하게 시장을 장악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태도로 시장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합병대상에 오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 사례를 통해 기껏 합병을 재촉하다가도 노조가 움직이면 꼼짝 못하는 허약함이 드러나고 말았다. 과연 정부가 전략과 마스터플랜을 갖고 합병을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감자배제 방침과 생보사 상장원칙이 몇 달만에 180도 뒤바뀌고, 갑자기 외환은행이 지주회사 편입대상으로 분류되면서 지방은행은 배제되는 등 오락가락한 것도 구조조정에대한 신뢰를 훼손한 사례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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