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합병중단 '파장'초읽기에 들어갔던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이 국민은행 노조 반발에 밀려 '일단 중단'으로 후퇴하면서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현 정부의 개혁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 구조조정 차질 우려
금융구조조정은 기업구조조정과 함께 김대중 정부 경제팀의 최대 숙원 과제. 정부 주도 금융지주회사와 함께 은행간 짝짓기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이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금융구조조정은 물론 공기업 구조조정 등 개혁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특히 정부로서는 은행간 자율합병 형식을 띤 두 은행간 합병이 노조 반발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 크게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이 사건이 선례가 돼 향후 구조조정에서 노조가 사사건건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통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제주은행 노조도 "강제적인 통합 방침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한때 행장실 주변을 점거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노조들의 반발로 개혁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될 경우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불가피하다"며 "이렇게 될 경우 노조도 아무런 명분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공적자금도 투입되지 않은 은행간 합병을 정부가 부추긴 흔적이 역력하다"며 "게다가 불필요한 발언을 계속 흘리면서 노조를 자극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국민+주택 어떻게 되나
국민과 주택은행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첫번째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은행이 노조를 계속 설득시켜가며 적절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합병 발표를 하는 것이다.
두 은행과 외국인 대주주들이 합병 원칙에 합의한 상태이고 실무협상 단계에까지 이른 만큼 합병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렸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 경우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극한 대립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어짜피 '넘어야 할 산'이라는 시각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이날 "두 은행 합병 논의가 일시 중단된 것은 사실이나 협상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두게 한다.
행장이 노조원들 앞에서 "합병 논의를 일단 중지한다"고 밝히고 친필 서명까지 한 마당에 적어도 연내 합병 발표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물론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합의문 자체는 효력이 없을 수도 있다.
또 '일단 중지'라고만 밝혀 빠져나갈 여지는 충분히 만들어 놓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속았다"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노조원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두 은행간 합병 논의가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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