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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계 연방대법판결 반응 / "반쪽 대통령 얻고 사법부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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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계 연방대법판결 반응 / "반쪽 대통령 얻고 사법부 잃었다."

입력
2000.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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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민은 반쪽짜리 대통령을 얻는 대가로 사법부를 잃었다."5 대 4라는 박빙의 판결로 대선 승부를 결정지은 연방 대법원 판결을 놓고 미국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한달 이상을 끌어온 개표 공방이 사법부의 정통성 시비로 옮겨 붙은 형국이다. 언론과 헌법학자, 법조계 전문가들은 12일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정치적 성향에 치우친 당파적 판결" 이라고 일제히 비판하며 "대통령의 통치력 회복보다 훨씬 큰 사법적 신뢰의 상실을 겪게 됐다" 고 말했다.

이들은 "혼란스런 판결과 수작업 재검표 불가 조치가 대중의 신의와 공정 선거를 희생시켰다" 며 존엄성도, 설득력도 보여주지 못한 연방대법원의 '변질' 을 개탄했다.

조지 타운대 마이클 시드맨 법학교수는 "법적 원칙 없는 '부시 대통령 만들기' 에 다름없다" 며 "분명하고도 서투른 정치적 결정" 이라고 비난했다. 밴더빌트 대학의 수잔나 셰리 교수는 "배반감을 느낀다" 며 "법과 헌법이 정치와 독립된 것으로 믿고 공부해 온 나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절감했다" 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수작업 재검표 위헌 판결을 내린 클래런스 토머스 판사가 판결 후 고교 학생들과 가진 영상 대화를 통해 "정치적 잣대를 법원에 들이대지 말라" 고 강한 어조로 호소했으나 연방 대법원에 대한 불신감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보수적인 판사가 보수파 후보의 손을 들어준 판결로 오랫동안 기록될 것" 이라며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플로리다주 개표를 막은 꼴이 됐다" 고 보도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 유에스에이 투데이, 시카고 트리뷴 등도 "앞으로 상당기간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 "이상한 선거를 씁쓸한 뒷맛으로 마감했다" 는 등 비판의 강도를 늦추지 않았다.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번번이 5 대 4로 엇갈리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데에는 대법관 임명제도에 대한 불합리성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현직 대통령이 대법관을 정치적으로 지명하는 현행 제도가 고쳐지지 않는 한 대법관의 '정치적 중립표방' 에도 불구, 재판의 객관성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번 경우에도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함께 일할 차기 연방 대법관의 진용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사적감정이나 이해관계가 완전히 배제되기 힘들었을 것이란 추측이 일반적이다. ABC 방송과 워싱턴 포스트가 공동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대법관들이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 두 진영에게 공정하게 대했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3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수 의견을 낸 뒤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대통령 선출을 연방대법원이 결정했다는 것 자체가 가장 정치적인 것" 이라고 한 스티븐 브레이어 판사의 발언이 점점 공감을 얻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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