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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시 미국'에 맡겨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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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시 미국'에 맡겨진 책임

입력
2000.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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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수용한다."앨 고어 부통령이 14일(한국시간) 연방대법원의 수작업 개표 불가결정을 인정하고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에게 대통령 당선을 축하했다. 이로써 지난 5주간 미국을 정치적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전세계를 당혹하게 만들었던 미국의 대통령선거 개표논쟁은 일단락됐다.우리는 플로리다주 재개표와 관련한 법적 투쟁의 확대 과정을 지켜 보면서 미국의 정치 및 사법제도에 대한 극도의 혼란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모범국가로서 전세계의 추앙을 받아온 미국의 신뢰 추락도 아울러 목격했다.

이런 혼돈 속에서도 미국이 민주적 절차와 전통에 따라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갖는 절대적 위력, 개표논쟁을 플로리다주에만 국한시킬 수 있는 연방제의 메커니즘, 두 후보진영의 사법적 절차에 따른 페어플레이 및 패배 시인과 협력 등은 미국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돋보이는 것은 사태 진전에 경박하게 굴지 않고 긴 호흡을 하며 기다리는 미국인들의 태도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미국이 입은 국내외적 상처는 대단히 크다. 조지 W 부시는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이 됨으로써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가문을 만들었지만 그 명예와 권력에 못지 않은 짐을 지게 되었다. 이제 미국인뿐 아니라 전세계인이 그가 띄우는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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