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000년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군을 우리의 주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6ㆍ15 공동선언에 대한 배신"이라며 즉각 주적론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또 남한 일부에서도 남북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남북화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남 적화노선을 폐기하지 않는 등 근본적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므로 주적론의 포기는 시기상조라고 반박하고 있다.
[찬성] 교전관계 지속, 군사적 신뢰 아직없어
국방부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 북한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용어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군을 주적으로 규정한 것은 남북한 특수관계와 군의 역할을 고려할 때 온당하다고 본다.
남북관계는 우리 헌법상으로는 합법적인 정부와 반란단체, 북측 노동당 규약대로 해석하면 해방지역과 미해방지역의 관계이다. 물론 양측이 유엔에 동시가입한 사실이 상징하듯 국제사회에서는 국가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교전이 정전협정으로 일시 정지된 교전단체간의 관계에 있으며 첨예한 군사적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북은 기본합의서에서 '쌍방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인정한 바 있다.
이런 관계에서 국군의 고유 역할과 임무는 군사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 교전이 일시 정지된 가운데 대치하고 있는 군사적 관계 속에서 국군은 당연히 북한군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교전으로 회귀할 수 있는 정전상태로 인식하고 군 당국이 북한군을 주적이라 인식하는 것은 온당하다.
혹자는 교전을 일시 정지한 게 아니라 평화와 화해를 모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러한 용어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군의 인식을 바꿀만큼 군사관계에 변화가 있는가. 남북정상회담, 남북국방장관회담을 통해 정치런본瑛?신뢰구축 조치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된 건 사실이다.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비군사적 신뢰구축조치가 상당 수준 추진 중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군사적 측면에서는 신뢰구축조치의 가장 초보 수준인 군사당국간 직통전화조차 설치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전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평화체제 구축 노력은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고 평가다.
필자는 국방부의 주적론 유지가 온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군이 주적임을 인정하면서도 공개적으로 피력할 필요성은 없다'는 사회 일각의 주장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북 쌍방이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용어 사용이 절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주적론이나, 주적론이 온당하다고 주장한다 해서 이들을 '반통일집단, 기득권세력, 냉전주의자'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남북이 특수관계이고, 급격한 변화가 모색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인식이 존재할 수 있고 그러한 다양한 인식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적론에 대한 논쟁 자체는 다원적 체제의 장점으로 徨?문제될 것이 없지만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논쟁이 길어지는 것은 국익에 그렇게 유익하지 않다고 본다.
소모적 논쟁을 빨리 끝내고 서로의 상이한 인식을 존중하면서 '주적론'이란 용어자체가 필요 없는 남북관계를 위해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반대] 남북공동선언 화해와 통일의 길 열어
우리는 역사의 강을 따라 화해와 통일의 바다를 향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평양공항에 당도하는 순간, 남과 북의 정상이 따뜻한 가슴을 마주하며 6ㆍ15 남북공동선언을 온 세상에 널리 알리는 순간, 우리는 대결과 분단의 세월을 뚫고 새롭게 솟구치는 화해와 통일의 역사를 보았다.
"이로써 남과 북은 대결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의 운명을 함께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전쟁의 위협은 사라졌습니다." 정상회담을 마친 김 대통령의 인사말은 두근거리는 온 국민의 가슴을 더욱 뛰게 하는 것이었다.
과연 겨레의 통일 약속, 6ㆍ15남북 공동선언을 따라 교류와 협력, 화해와 통일의 길이 열리고 더욱 커지고 있다. 남과 북의 문화 예술이 서로 오갔으며 경제가 만났다.
피눈물의 세월을 건너 이산가족이 서로 얼싸안았다. 경의선도 복구되고 있다. 그것도 남 북의 병사들이 그 일을 같이 한다. 이 모든 것이 참으로 꿈 같은 일이라서 사람들의 마음은 지금 두 갈래다. 꿈을 현실로 얻은 기쁨, 그리고 현실을 꿈처럼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이 쿵쾅거리는 가슴에 공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즈음 북녘 형제를 '주적'이라 한 것은 실망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적은 '싸워서 무찔러야 할 상대'다. 김대통령을 향해, 그가 대표하는 남녘 형제 모두를 향해 뜨거운 환영인사를 전하던 수십만 평양 시민들, 남북공동선언을 드높이 우러르며 화해와 통일의 길로 달려오던 북녘 형제들 가슴에 우리는 지금 대못을 꽂은 것이다.
북녘 동포 전체가 아니라 북녘의 군대에게 한정되는 개념이라고 강변 할 수 있다. 그러나 설득력이 없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건 군대와 구성원의 운명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군대를 무찌르는' 이유가 '그 구성원을 지배하려는' 이유 때문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북녘이 변하지 않았다는 외침도 있다. 과연 무엇이 북한 변화의 증거인가. 북의 사상과 체제가 바뀌는 것을 말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여기서 바라는 것은 북한 변화가 아니라 '북한 말살'이다. 그러한 생각이, 서로의 사상과 체제를 바꾸려는 바로 그러한 생각이 대결과 분단의 어두운 역사를 꾸민 것이다.
남북 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서로의 사상과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남침의 위협'도 '북침의 공포'도 모두 거두자는 합의다. 대결에서 화해로, 분단에서 통일로, 오늘 남과 북 모두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선언 이후 드넓게 열리던 화해와 통일의 길, 그 한 가운데 서 있는 북녘 형제들에게 주적 규정은 정신적 낭패감을 안길 것이다. 이는 변화한 정세를 꿈으로 돌리고 싶은 이들에게만 즐거운 일이다. 화해, 통일을 바라는 온 겨레는 말한다.
남녘은 북녘의 적이 아니고 북녘은 남녘의 적이 아니다. 둘은 피를 나눈 한 형제다. 이것이야말로 오늘의 '꿈같은 현실'을 지키고 가꾸는 길이다.
한충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집행위원장
■네티즌 나도 한마디
한국일보사는 이번주부터 네티즌들이 한국I닷컴(hankookI.com) 토론마당을 통해 '한국일보 포럼'에 참가,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주제인 북한군 주적 규정에 대해 네티즌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사과를 받을 건 받고 오해가 있었다면 풀고 그 후에 친구가 되는 것 아닌가요. 과거에 우리 군의 존재 이유인 국토방위를 위협한 측이 북한이 아니었던가요. 그때의 주적이 북한이었다면 아직 아무런 국민적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국군은 당연히 주적을 북한으로 상정해야 되는 것 아닐까요. /한심
나도 북한공산당이 싫다. 그러나 적개심만 키워서는 언제 평화가 정착되나. 적대감을 키울 때 또 다시 소모적인 군사력 증강 정책을 세우고 국민복지와 상관이 없는 군비에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일단 그들의 실체를 인정하고 달래면서 평화통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주적이란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물질적ㆍ정신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힘의 대상입니다. 이런 의미로 봤을 때 북한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주적은 북한 주민이 아니라 무력 야욕을 갖고 있는 노동당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귀한 민족
세계적으로 강군이라 평가받는 군대 중 주적 개념이 있는 나라가 있던가요. 만일 일본이나 중국이 쳐들어오면 그들은 주적이 아니니까 군사대응을 안할 건가요. 굳이 북한만을 주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을까요. /푸른밤
남북정상회담 등이 있었지만 북이 어떤 존재인지는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적 규정은 당연하고 옳다고 본다. 차후 남북관瓦?진전이 있더라도 국방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이들은 제 자리에서 자신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견정
다들 냉전적 사고 방식일까. 의절한 형제가 다시 화해하기 위해선 다소의 양보가 필요하다. 꼭 그렇게 이해득실을 따져야하나. /천편일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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