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에게 당장 시급한 과제는 순조로운 정권인수 작업이다.대선후 11주 정도의 여유가 있던 과거 대통령들과는 달리 부시 당선자는 이제 불과 6주만에 내각을 임명하고 대선공약을 이행할 정책을 다듬는 등의 산적한 작업을 해치워야할 처지다.
2주전부터 워싱턴 근교 북버지니아 맥클린에 특별정치헌금 150만달러로 임시 정권인수사무실을 개소한 부시측은 연방총무처로부터 백악관 인근의 정권인수사무실 열쇠와 인수자금 530만달러를 넘겨받는 즉시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가 이끌고 있는 정권인수팀은 우선 상원인준이 필요한 주요인사들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신원조회를 조속히 끝내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상원인준이 필요한 인사는 14개부처의 차관보급 이상 330명을 비롯 독립기구 책임자 120명, 해외대사 150명등 1,125명에 이른다.
또 백악관 참모와 각종 정부관련 기관의 고위직 인사 등 '엽관제'전통에 따라 대통령 당선자가 갈아치울 수 있는 '정치적 임명직'은 6,500여명에 달해 이들을 임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시 당선자는 인터넷을 통해 이미 1만8,000여명의 응모를 받아놓은 상태이지만 옥석을 구분하기가 쉽지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을 선발하더라도 신원조회가 기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미 언론들은 FBI의 신원조회가 최소 3주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행정부 진용이 덜 짜여진 상태에서 정권이 출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당선자가 취임전 준비해야 할 것 중 취임식날 발표할 정책과 새 예산안 확정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부시 참모들이 플로리다 법정소송전에 모든 역량을 쏟았기 때문에 사실상 이제부터 이 같은 산적한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할 형편이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부시 당선자는 당선을 축하보다는 백악관 입성 준비에 더 바쁠 수 밖에 없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대선제도 "개선" 목소리
선거인단제 포기등 직선제 선회의견에
득표율비례 선거인단 변형간접선거 대안도
미국 플로리다주 재검표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 선거제도와 투표방식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유권자 총투표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했으며 기계가 판독하지 못한 '불완전표'(undervotes)의 유무효 논쟁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2002년 연방 의회 및 주지사 선거와 2004년 대통령 선거 때 이번 대선과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와 투표제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거인단제 유권자 총투표로 선출된 선거인단 간선제를 유권자 직접투표로 바꾸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부인 힐러리 뉴욕주 상원의원 당선자는 최근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대선 제도를 유권자 직접투표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선거인단제는 연방 상원의원을 각 주에 2명씩 공평하게 배분한 것과 마찬가지로 연방 정부의 주 정부 권한 침해를 최대한 막으려는 독립 당시의 분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선거인단제 완전폐지는 쉽지 않다.
미국 대선 사상 총투표에서 이기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진 사례가 고어 후보를 포함해 4차례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 안의 실현성을 낮추고 있다. 실제로 선거인단제를 없애고 직접투표로 대통령을 결정하자는 헌법개정청원이 지난 200여년간 700건 이상 의회에 제출됐으나 무산됐다.
또 다른 방안은 현행 선거인단제와 선거인수 538명을 그대로 유지하되 각 주는 유권자 득표율에 비례해 후보들에게 주 선거인단을 할당토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거인단수가 54명으로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득표율로 선거인단을 나누면 고어는 29명, 부시는 22.5명을 차지한 게 된다.
현 제도에서는 48개주가 승자독식방식으로 한 주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수를 독차지한다.
제 3 안은 현 제도를 그대로 두되 하원 선거구별로 선거인단을 분배, 한 후보가 독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네브래스카와 메인주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실현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투ㆍ개표방식 대선 공방기간 중 플로리다주의 펀치카드 투표방식은 21세기 컴퓨터시대에 가장 원시적 방법이라고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기계나 사람의 착오로 무효 처리된 표가 200만여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펀치카드는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노인들은 힘이 없어 제대로 못뚫고 오래된 개표기는 천공밥 누적 등으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때문에 온라인 방식이나 광학스캐너 등 전자식은 투ㆍ개표할 경우 천공밥 및 딤플(dimple)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설치 비용이 엄청나고 컴퓨터에 익숙치 못한 빈곤층의 표가 무효처리될 수 있으며 유권자 정보 입력 착오로 엉뚱한 결과가 양산되고 개인정보 누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연방의회는 내년 연방선거 투ㆍ개표 제도 개선을 위한 청문회 등을 열어 선거부정 및 착오 방지, 신속하고 공정한 투ㆍ개표, 투표 절차 개선자금 지원, TV의 출구조사 발표시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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