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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 외국인 이다도시가 본 한국 망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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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 외국인 이다도시가 본 한국 망년회

입력
2000.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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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한국 망년회는요 너무너무 우울해요"있잖아요 오.. 한국인들 망년회는요.. 너무너무 우울해 보여요."

말괄량이 프랑스출신 방송인 이다 도시(Ida Daussyㆍ31ㆍ여ㆍ사진)는 한국인들의 술에 찌든 망년회를 의외로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인 남편과 여러 모임에 참석해본 결과, 겉으로는 술 마시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모습이 유쾌해 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침울하고 어두운 느낌이 든다고 했다.

"한국의 망년회는 프랑스처럼 축제분위기가 없어요. 처음엔 괜찮다가 모두들 술에 취하면서 점점 경제한탄과 자포자기 비슷한 걸 늘어놓고 술에 더 빠지는 것 같아요."

그녀는 한국에 와서 '폭탄주'를 처음 봤다. "몇년전 연말에 한국친구들과 주점에 갔는데 옆 테이블에서 망년회하던 아저씨들이 독한 소주를 맥주에 타서 막 돌려 깜짝 놀랐어요. 프랑스에선 술 강권하는 사람을 '튀예(Tueurㆍ살인자)'라고 불러요.

굉장히 부끄럽고 무시당하는 분위기죠." 그녀는 "한국식 망년회는 무섭다" 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댔다.

이다도시는 지난 1995년 프랑스에서 놀러 온 여동생부부와 가진 '불국사 망년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경주 토함산에 올라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함께 돌아다니며 우리끼리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에는 부모님, 친지, 친구들과의 고국망년회를 위해 23일 프랑스에 갈 계획으로 들떠 있다.

극장식당에서 근사한 만찬을 한 후 마술쇼를 구경하고 31일 밤에는 친구들과 커다란 홀을 빌려 파티를 열기로 했다.

91년 대학원과정 실습을 위해 한국에 온 이다도시는 92년 서창수(徐昌洙ㆍ 38ㆍ개인사업)씨를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1남(4)을 둔 그녀는 96년 법적으로도 한국사람이 됐다.

그녀는 "한국인들의 설날과 추석은 가족적이고 훈훈해 보기좋은 명절의 모습이지만 늦가을을 지나 연말이 되면 점점 술에 빠지고 음침해진다"며 다양한 형태의 건전한 망년회개발을 제안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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