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청와대 총기사망사건과 관련, 경찰의 말바꾸기와 엉터리 초동수사 사실이 잇따라 드러남에 따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건 발생 장소 논란
사건 직후 경찰은 현장이 '청와대 본관에서 500㎙ 떨어진 밖'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혹이 제기되자 300~400㎙ 떨어진 경내초소라고 정정했고 13일 기자회견에서는 다시 본관에서 200㎙ 지점이라고 재정정했다.
그러나 청와대 경비관계자들은 "사고가 난 3초소는 청와대 본관과 인접한 전기울타리 부근에 있으며 본관과의 거리는 100㎙도 채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 축소수사 의혹
경찰은 사건 발생 이튿날에야 현장에 출동했으면서도 현장감식과 사진촬영조차 하지 않았다.
피해자인 김정진(당시 28세) 순경과 가해자인 김기성(27) 경장의 권총과 탄창의 지문감식을 하지 않은데다 탄알과 탄피 수거도 안되는 등 객관적인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총을 꺼내들고 말싸움을 했는데도 불과 15㎙ 떨어진 곳에서 작업감독을 했던 배모 순경이 "싸우는 모습이나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도 의문이다.
경찰은 더구나 함께 작업을 했던 인부 2명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오로지 가해자의 말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 장난치다 총기격발?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작업인부에 대한 보고문제로 "보고하지 않으면 쏜다" "쏴보라"며 다퉜고, 나중에는 총열을 손으로 잡고 입에 넣기까지 했다. 이는 장난이 아니라 물리적 충돌 직전의 명백한 말다툼으로 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
더구나 김 순경의 손에서는 화약흔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이와 관련, 경찰은 13일 "김 순경이 상관인 김 경장보다 나이가 많아 갈등의 소지는 있었다"고 밝혔고, 김원웅 의원은 14일 "김 경장이 김 순경을 자주 면박주고 괴롭혔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감정싸움에 따른 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 경찰간부 개입 정말 없었나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 어떤 대책회의를 가진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순경의 아버지 김종원(55)씨는 14일 "김재종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과 경호실 간부가 영안실로 와 '종로서장만 믿으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고 김영화 당시 종로서장은 국가유공자 인정, 1계급 특진 등을 약속했다"고 주장, 경찰과 청와대 고위간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통상 관행과 달리 101경비단의 소대장과 중대장, 경비과장 등이 모두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았고 당시 박금성 단장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축소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 문건제보자는 누구?
김원웅 의원은 청와대 경호실 간부가 제보를 했다고 밝혔지만 제보내용상 '55초소''경호처장의 휴대폰 번호''사고발생일' 등은 사실과 달라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찰은 문건이 전달된 시점이 경찰수뇌부 인사와 겹치고 편중인사의 문제점을 강조한 것으로 미뤄 인사에 불만을 품은 경찰간부가 투서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순경 아버지 회견
숨진 김정진 순경의 아버지 김종원(金鍾元ㆍ55)씨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수사결과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31일 오후 5시께 청와대 교육과장의 연락을 받고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가보니 이미 숨진 아들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워 보여줬다"며 "아들의 총알을 가해자 총에 집어넣었다고 해서 탄피 지문채취를 부탁했지만 거절당했고, 현장검증 요구도 '특수사정'이란 이유로 묵살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수사기록에 김기성 경장이 아들의 입에 총구를 넣자 아들이 총신을 잡았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정작 아들 손에 화약흔 증거는 없었다"며 "경찰들이 계속 말을 바꾸면서 허둥대는 빛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병원에 문상온 101경비단 대원들이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고 말해주었는데, 이후 경찰에서 대원들의 병원출입을 막았다"며 "이번 제보 편지에는 경찰위로금이 1억원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종로서장이 직원들로부터 걷었다며 건넨 3,000만원이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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