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에게 젊음은 때론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다. 그 젊음의 배경이 비루한 현실이라면, 젊음은 차라리 저주이다.'컷 런스 딥(Cut Runs Deep)'은 미국 뉴욕의 뒷골목에 거처를 삼은 한국계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컷 런스 딥'은 아주 깊이 패여 피가 줄줄 흐르는 상처를 말한다. "차라리 총을 맞는 게 나아.
칼에 찔리면 너무 아파. 태어난 걸 후회할 만큼."
이들이 죽음의 방식마저 선택 사항으로 둘 수 있기까지에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뉴욕에 사는 한인 젊은이들의 이야기이지만 '아버지, 나는 누구인가요" 식의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같은 것은 없다. 이들이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식으로 자란, 그러나 아주 일부는 한국인이란 단서는 그들의 말속에 있다. "What a fucked up, 개새끼"
완전한 미국문장을 구사하는 이들은 한국 친구들에게서 배운 욕이나 단어를 문장 안에서 이용한다. 영어 단문이나 단어 한 두개를 우리말에 넣어 사용하는 그들의 부모 세대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헝가리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벤은 중국인 식당 종업원이다. "누군가 물으면 나는 고아라고 답한다." 그에게 가족은 의미가 없다. 하루 하루 그저 먹고 살아갈 뿐이다. 그의 인생은 J.D를 만나면서부터이다. 한국인 갱단의 중간 보스인 J.D를 그의 똘마니들은 엄청난 총기 사건의 영웅적인 유일한 생존자 John Doe(익명의 누구)의 약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J.D는 벤에게만 말한다. "Juvenile Delinquency(소년 범죄자)의 약자일 뿐"이라고.
조직이 사람이 시험하고, 사람이 조직을 배신하는 또 다른 조직의 룰 속에서 결국 두 사람은 희생을 당할 뿐이다. 이 처절하고도 당연한 법칙을 증명하는 데 두 사람의 피가 철철 흐른다. 미국 사는 한국인의 정서를 애써 강조하기 보다는 언뜻 드러내 보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얘기를 한 이재한 감독은 12세 때 미국으로 이민, 뉴욕대 영화과를 마쳤으며, 이 영화가 첫 장편이다.
벤 역의 알렉스 매닝은 아일랜드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에서 태어났고, J.D역의 데이빗 맥기니스는 독일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두 젊은이의 멋진 모습만으로도 시선이 끌린다. J.D의 무당 어머니 역을 맡은 사람은 무용가 안은미씨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박은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