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31일 청와대 앞에서 일어났다던 총기 오발사고가 사실은 축소ㆍ은폐된 살인사건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한나라당 김원웅 의원은 13일 청와대 경호실 간부에게서 받은 제보편지를 근거로 "대통령 부재중 일어난 청와대 경내 총기사건을 경호실과 경찰 고위간부들이 축소ㆍ은폐, 경비경찰관들이 장난을 치다 일어난 우발적인 사고로 처리하고, 대통령 귀국후 허위보고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너무 충격적인 일이다.
김 의원이 받은 제보편지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5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고, 경비경찰관간의 말다툼 끝에 발생한 살인사건이라고 되어 있다.
사고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경호실장 실에서 열린 경호실과 경찰 고위간부 구수회의에서 당시 종로경찰서장이 "청와대 밖에서 일어난 사고로 하자"고 제안해 그렇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이 주장이 옳다는 판단을 내릴 수 없기에 우리는 먼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사건 당시부터 제기된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해 신속한 해명이 있기를 촉구한다.
사건 당시 경찰은 24시간동안 사실을 숨기다 6월1일에야 '총기손질 중 발생한 단순 오발사고'로 발표했다. 이에대해 유족 등 관계자들이 의문을 제기하자 경찰은 장난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정정했을 뿐, 상부 지시라는 이유로 자세한 상황과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발생장소를 허위 발표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은 "특정지역 경비초소여서 보안상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것"이라 했고, 사건경위를 정정한 사실에 대해서는 "사고수습에 경황이 없어 오발사고로 잘못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가원수의 안위와 관련될 수 있는 사건일수록 낱낱이 밝혀 책임을 따지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보안이지, 쉬쉬 덮어 버리고 죄없는 중대장급 간부 한 사람 인사조치한 것이 보안인가.
사건 발생 24시간이 지난 뒤에 발표하면서 수습에 경황이 없어 경위를 잘못 파악했다니 누가 믿어줄 것인가.
권위주의 시대에 일어난 의문사를 규명하자고 특별기구를 출범시킨 것이 한달 전이다. 대통령 집무실 코앞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의문사 진상규명 차원이 아니라,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대사다. 경찰과 청와대에 맡길 일이 아니라, 국정조사 같은 엄중한 조사와 추상같은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
입력시간 2000/12/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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