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원웅 의원이 13일 공개한 편지는 사실 여부를 떠나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편지는 사고 이튿날 안주섭 청와대 경호실장이 소집한 구수회의 참석 멤버로, 이무영 경찰청장(당시 서울청장), 박금성 서울청장(101 경비단장), 김영화 서울청 경비 2과장(종로경찰서장), 이효진 산업단지 이사장(경호실 차장)을 지목하고 있다.또 김영대 경호실 차장(당시 경호실 행정처장)을 유가족 무마 협상 대표로 적었으며, 자신의 폭로를 뒷받침해줄 인물로 "은근히 왕따를 당하고 있는" 구영태 경호처장의 실명과 연락처(집 전화번호 및 휴대폰 번호)를 명기했다.
김 의원은 "편지가 11일 등기우편 편으로 의원회관 사무실에 도착했다"며 "편지를 보낸 사람이 12일 새벽 비서관에게 전화를 해 사실관계를 재확인한 뒤 구영태 경호처장에게 연락해 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확인 과정에서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여러 정황상 편지를 보낸 인물이 경호실 간부라는 심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편지는 "한 지역에서 주요 지휘관을 독차지 함으로써 서로 짜고 허위 보고와 거짓으로 국민과 언론을 우롱할 수 있었다"고 주장, 최근의 지역편중 인사에 대한 불만이 제보의 동기가 됐음을 짐작케 했다.
편지는 그러나 청와대를 청화대로 표기하는 등 철자법이 군데군데 맞지 않는데다 사고가 일어났던 시기인 1999년 '5월'을 '7월'로, 대통령의 '러시아ㆍ몽골' 방문을 '중국' 방문으로 잘못 적고 있어, 제보자의 신분과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남겼다.
청와대 경호실측은 ▦사건 발생 시점을 5월31일 이 아닌 7월18일 로 했고 ▦ 청와대를 3번이나 청화대로 오기했으며 ▦사고장소로 지적한 초소는 청와대 외곽 면회실이고 ▦ 왕따 당하고 있다는 주장 한 구 처장은 현직에서 핵심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필적감정 결과 경호실 직원중 동일 필체가 없다는 점등을 들어 제보 동기를 의심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입력시간 2000/12/13 17:25
@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