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루키'(밤 9시 50분)는 일단 소재 선택에서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인다. 뻔한 삼각관계를 겹삼각, 사각 등으로 변용하는 진부함에서는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남성들의 꿈과 애환, 사랑'이라는 소재는 삼각관계에서는 나올 수 없는 많은 얘기거리를 준다.사실 '직장'이라는 배경은 마치 '순풍산부인과'에서의 산부인과처럼 멜로 코믹물의 재미를 위한 장치이다.
하지만 기업드라마 혹은 경제드라마가 아닌 이상 '무늬만 직장드라마'라고 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드라마의 성격상 코믹터치 이상의 진지한 주제탐구는 보는 사람에게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중심축인 네 명의 직장 동료 중 일등주의자 차현세 (김승수)와 의리있는 덜렁이 허장석 (조재현)은 이 드라마의 모범 답안이다. 둘의 모습은 어느 정도 사실감도 있으면서 경쾌하다.
'쥐뿔도 없으면서 큰소리는 맨 날''그래, 꼽다 임마'등 거친 듯 하면서도 스피드하고 감칠맛 있는 대사로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트렌디한 직장 드라마'의 성격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특히 차현세의 캐릭터는 '출세주의 냉혈한'이라는 진부함에서 벗어난 '매력적인 골통'의 새로움을 보여준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MBC '애인'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황신혜의 재회로 화제를 모은 유동근의 어눌하고 코믹하게 변신도 일단 눈길은 간다.
그러나 MBC'남의 속도 모르고'에서처럼 어색하거나 낯설지는 않지만 아직 '용의 눈물'이방원을 털어버리지 못한 그는 이직 무겁다. 특히 그가 구사하는 경상도 사투리는 어색하고 작위적이다. 이처럼 '루키' 에는 '과장'의 전시장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캐릭터가 현란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신입사원 류시한(박정철)이다. 첫 출근날 부터 선배들을 제치고 '칼같이 퇴근'할 것을 선언하고, 선배에게 음식 투정을 부리며 부대찌개를 '개밥'이라고 짜증을 내는 모습은 아무리 '개성파 신세대 직장인'이라지만 너무 지나치다. 화려하고 섹시한 스튜어디스 홍연실(오승현)은 드라마 시청에 인내심이 필요할 정도로 연기가 너무도 설익다.
화려한 캐스팅, 스피디한 대사 등 '루키'에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상당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느낌이 드는 것은 과장된 캐릭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 '과장'의 남발이 초반 '루키'를 드라마도 코미디도 아닌 어정쩡한 소극(笑劇)으로 치닫게 한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입력시간 2000/12/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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